책장은 너덜너덜하고 종류도 적은 책, 자료열람실까지 가득찬 수험생, 침침한 조명….
공공도서관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최근 각 지역 도서관들은 멀티미디어 자료실, 어린이용 자료실 등을 갖추고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지역내 문화센터로 변모하고 있다. 점자도서관, 만화도서관 등 이색 도서관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문화 중심센터로 변신
한 중소기업대표가 교통사고로 숨진 딸을 기리기 위해 50억원을 기부해 건립한 서대문구 현저동의 ‘이진아 기념도서관’ 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고급 문화센터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달 15일 독립공원내 부지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서대문형무소의 형상을 본떠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 건물 내부에 잘 가꿔진 정원, 시원한 통유리 등이 인상적이다.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 836평 규모다. 좌석은 300석이지만 수험생들의 독서실로 쓰이는 일반열람실은 없다.
대신 36개월 이상인 유아부터 미취학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모자(母子)열람실, CD나 디지털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멀티문화감상실, 소규모공연장, 영어동화 읽기와 어린이논술 등 문화강좌가 진행되는 문화창작실이 갖춰져 있다. 사서를 통하지 않고도 전자칩이 부착된 책을 감지기에 대면 자동으로 대출ㆍ반납이 기록되는 첨단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올들어 성동구 도선동(17평), 사근동(16평)과 중랑구 면목1동(450평), 강북구 미아1동(308평)의 동사무소도 건물 일부를 개조해 중ㆍ소규모 동네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성동구청이 9월에 개관한 ‘어린이 작은(놀이터)도서관’은 도서관 이미지에 놀이터 개념을 접목해 자유스럽게 놀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영화상영, 원어민 영어교육, 유아독서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광진구 정보도서관, 유아와 초등생들을 위한 마루방 형태의 열람실을 갖춘 노원어린이도서관 등도 지역문화의 중심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눈에 띄는 이색 도서관들
특수도서관도 눈에 띈다. 7월에는 강서구 공항동에 서울 남서부(영등포구, 강서구, 양천구) 지역 최초의 점자도서관이 세워졌다. 400종(1,800권)의 점자도서와 180종(900여 테이프)의 녹음도서, 500종(1,500권)의 디스켓 도서 등이 비치돼있다. 시각장애인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점자교육도 실시한다.
서울 남산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내의 ‘만화의 집’ 은 국내외 만화와 건축, 예술, 인테리어,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에 관한 3만여권의 전문서적을 소장하고 있는 만화전문 도서관. 5,000여점의 국내외 애니메이션, DVD 등을 갖춘 영상정보실과 인접해 있으며 유명 만화작가들과의 간담회 등도 열린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내 예술정보관은 예술전문 도서관. 문헌정보실과 영상음악실에는 진귀한 클래식 음반, 무용, 연극, 공연대본, 예술관련 서적 등이 전시돼있다. 고전음악강좌, 발레강좌 등 각종 예술강좌도 진행된다.
시 문화과 관계자는 “2003년부터 40곳 이상의 공공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도서관이 향후 명실상부한 지역내 문화중심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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