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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강교수 사건과 국민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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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강교수 사건과 국민 정서

입력
2005.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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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주장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어가고 있다. 논란의 내용은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적절한가, 강 교수의 발언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가 혹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는 반사회적 발언으로 처벌받아야 하는가이다.

우선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적법한 조치일지 몰라도 사안의 성격으로 보아 적절한 처신은 아닌 것 같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검찰이 인신 구속 수사를 남발한다고 생각한다면, 장관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 모든 수사 전반에 해당하는 보편적인 지침이나 법령을 만들었어야 했다.

왜 하필이면 국가 보안법 위반이란 미묘한 사안에 대해 장관이 나서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리는가. 다른 구속 수사 건들에 대해서 그리고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침묵하다가 왜 이 사안에 대해선 진보세력이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어쩌면 사건의 발단은 보수 진영이 일부러 강 교수의 발언을 정치사회적 의제로 삼아 진보진영의 반응을 유도한 것일 수도 있다. 조그만 인터넷 신문에 실린 강 교수의 글은 그냥 놔두었으면 별 주목을 끌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소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정치·사회 문제로 변질돼

한편 사건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이다. 강 교수의 발언이 학문적 주장일 뿐이라면 마땅히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사회과학 이론 및 방법론의 차이에 따른 대미관이나 대북관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학문적, 사상적으로 그런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닐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산당 허용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강 교수나 노 대통령 같은 주장은 매우 원칙적이면서도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이는 밀턴이 주장한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겨서 사회 구성원의 이성과 합리적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일성, 김정일 사상을 찬양하거나 남한에 공산당을 설립해도 이에 대한 판단과 동조 여부는 시민 각자의 이성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국가에서든지 100%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고 법과 제도에 의한 심의와 검열과 규제가 있다. 우리의 국가보안법과는 그 성격이 좀 다르지만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나치즘이나 인종차별주의적 주장 등 사상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 심지어 사상에 대한 정서적, 도덕적, 관습적 규제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의 경우 군대위안부나 독도 문제에 대한 친일성향의 발언만 나오면 그 발언의 논리적 배경에 상관없이 국민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면 마녀 사냥식 여론의 몰매를 맞고 밤길에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

강 교수의 6ㆍ25 통일전쟁론 등은 북한 사람은 동감하고 환영할지 모르나, 남한 사람으로선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남한의 정통성과 국가 정체성은 이미 남한의 존립 근거이자 남한 국민의 자존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회적 보호 안되는 현실

강 교수와 같은 주장은 소수의 학문적 주장일 뿐이다. 그 같은 주장의 진실 여부는 학문의 장에서 좀 더 치열하게 이성적으로 논쟁하고 검증할 성질의 것이지 사회적, 정치의 장의 전면에 부각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른다. 이 같은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 국민 정서나 사회적 관용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 교수 사건을 계기로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켜서 이득 보는 자들은 누구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다. 이런 점에서 현재로서는 강 교수의 주장은 학문적 보호의 대상은 되지만,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택수 고려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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