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청명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며, 사시사철 어느 지역에서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런 날을 소망해 본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바쁘지만 대기의 질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1990년대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을 보면 그 바람이 한낱 꿈은 아니라는 확신이 선다.
우리는 좁은 면적의 국토에 세계 3위의 인구 밀도를 가진 나라다. 그나마 인구와 주요 시설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한편으로는 이만큼의 개선도 뿌듯한 일이지만, 자동차 등의 오염원이 늘어 미세먼지, 오존 오염도가 가중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경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다. 정부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자세로 청정 연료와 저공해차 보급, 대기오염 배출총량제 도입 등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흔히 오염은 국경이 없다고 한다. 오염원이 국내에만 있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장거리를 이동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1월 국립환경과학원이 중국ㆍ일본의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검출되는 아황산가스의 20%는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수백km를 이동하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은 국경을 넘나들며 동북아 지역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일본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ㆍ중ㆍ일 3국이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영향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에 관한 한 일방적인 가해자도, 일방적인 피해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의 환경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2년부터 일본ㆍ중국ㆍ몽골ㆍ러시아의 환경 공무원과 전문가 간에 동북아시아 환경협력회의를 결성해 해마다 현안사항을 논의해 왔다.
비록 실무자 회의라 해도 당시 중국과는 갓 수교를 한 상태였으니, 대 중국 외교에 있어 환경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 회의는 이후 한ㆍ중, 한ㆍ일간 환경협력협정을 체결하고 1999년부터 3국 간 환경장관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침 2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7차 한ㆍ중ㆍ일 환경장관회의가 열린다. 그동안 3국은 해마다 돌아가며 회의를 개최해, 각국 국민에게 동북아가 하나의 환경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왔다. 또 황사가 발생할 때 조기경보가 가능하도록 황사정보 공유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한편 환경산업, 수질관리, 환경교육 등에서 협력사업 추진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세계 에너지 사용의 21%, 온실가스 배출의 21%를 차지하는 한ㆍ중ㆍ일 3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3국은 환경협력을 더욱 굳건히 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이 길은 자국의 환경보전은 물론 동북아, 나아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작지만 큰 희망의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번 한ㆍ중ㆍ일 환경장관회의를 계기로 정부의 환경협력활동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재용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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