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21일 경기 부천 원미갑. 길 가던 이, 장사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선거얘기를 건네며 슬쩍 “출마자 중 누가 맘에 드세요“라고 물었다.
하나같이 모르겠단다. 마치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선거가 무슨 대수냐’라고 되묻는 것 같다. 내친 김에 “사람은 몰라도 제일 중요한 기준은 있을 거 아니예요?”라며 채근했다. 이번에는 금세 반응이 왔다. “다 죽은 부천 경제를 살릴 후보라야지.”누가 거든다.“두말하면 잔소리지.”
거리민심은 그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였다. 춘의사거리 B 약국의 40대 약사는 “사람들이 아파도 약도 제대로 못 사먹을 정도로 가난하다”고 푸념했다.
부천역 앞에 줄지어 서있던 택시 기사들은 “차고지에서 노는 택시가 수십, 수백 대”라며 마치 대들 기세다.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이 경제를 다 망쳤다”며 핏대를 세우는 이도 적지않다. 선거구가 꽁꽁 묶인 그린벨트와 1960년대 난개발 여파로 인접 지역보다 눈에 띄게 낙후한 탓인지 시민들의 박탈감은 더 심한 듯했다.
과거 이곳은 65%가 넘는 호남ㆍ충청표만 대충 모아도 필승이라는 구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17대 총선에도 우리당 김기석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맥을 못 추던 이곳 여론이 1년만에 확 바뀐 데는 성난 민심의 탓이 크다. 여당에 대한 배신감에다 “한나라당이 ‘민생, 민생’ 하니 한 번 찍어 보자” 는 절박한 기대 심리가 “그래도 한나라당은 못 찍어 주겠다”는 목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는 눈치 빠르게 참여정부 심판론을 앞세운 ‘당 대 당’ 구도를 택했다. “노 대통령, 정신 좀 차려야 한다”, “우리당이 세금 폭탄을 터뜨렸다” 등 경제문제를 건 노골적 대여비난이 임 후보가 하는 유세의 거의 전부다.
임 후보측은 “반여(反與) 정서에 힘입어 20%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며 압승을 자신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우리당 이상수 후보는 ‘힘센 일꾼론’을 내세워 뒤지는 당 지지율을 인물론으로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여당 중진답게 지하철 노선 연장개통과 각종 우회도로ㆍ지하차도 건설, 뉴타운 개발 앞당기기 등 굵직한 공약들을 선보였다. 이 후보측은 “임 후보를 꾸준히 따라 잡아 이미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30대 기수론을 내세운 민주당 조용익 후보는 “우리당은 밉지만 한나라당도 못 찍어준다”는 틈새를 공략하며 선전 중이다.
전체 유권자는 13만여 명. 재보선 평균인 25%안팎의 투표율을 가정할 경우 1만4,000표 정도면 당선 안정권이다. 선거전문가들은 30%가 넘는 호남표의 향배와 춘의동 화장장 건설 반대 여론이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한다.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3,000명이 넘는 화장장 건설반대투쟁위 회원들과 춘의동과 인접한 역곡 1, 2동의 1만여 유권자의 표심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당은 일찌감치 화장장 반대를 치고 나왔고 한나라당도 곧 반대입장을 밝힌다는 얘기가 들린다.
부천=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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