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씨는 국내 창작동화 동네에서 보석 같은 존재다. ‘너도 하늘말나리아야’ ‘다리가 되렴’ 등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 가슴까지 울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더욱이 창작동화로는 드물게 스테디셀러 작가로 자리잡은 그가 ‘밤티마을 봄이네 집’을 내놓으며 11년 만에 ‘밤티마을’ 연작을 완간했다.
전작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과 ‘밤티마을 영미네 집’은 엄마의 가출로 풍비박산 난 큰돌이네에 새 엄마가 들어와 가정의 화목을 새로 일궈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새 엄마는 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를 다시 웃게 하고, ‘낡고 냄새 나는 담요’ 같던 할아버지의 자리를 찾아주고, 입양 보낸 여동생 영미를 다시 데려온다.
곰보 새 엄마를 ‘팥쥐 엄마’라 부르며 경계하던 큰돌이 오누이는 마치 요술쟁이처럼 집안을 바꿔가는 새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단박에 눈치챘겠지만, 봄이는 ‘팥쥐 엄마’가 낳은 여동생이다. ‘밤티마을 봄이네 집’은 영미가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 봄이를 질투해 벌이는 크고 작은 소동들로 시작한다.
“백점 맞은 시험지는 봄이의 뒤집기에 가려졌고, 미술대회에서 받은 상은 봄이의 일어나 앉기 때문에 관심도 받지 못했습니다”는 독백이나 봄이에게 가루 영양제를 먹이며 제 입에 먼저 한 숟갈 털어넣는 영미의 행동들이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계모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씻어준 ‘팥쥐 엄마’의 힘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태풍으로 고추밭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봄이를 잠시 잃어버리고, 상심한 할아버지가 집을 나가는 등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팥쥐 엄마’는 상처 받은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튼튼한 거멀못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밤티마을’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연작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의 성화 덕이었다. 그런 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이씨는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전했다.
“나는 바랍니다. 큰돌이와 영미, 그리고 봄이가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서 그들과 함께 커 나가기를. 이 이야기를 읽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밤티마을’을 만들기를.”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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