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규장각과 한국문화연구소를 통합ㆍ확대한 한국학연구원을 연내에 설립한다. 기존 한국학 연구가 인문학에 치중됐던 한계를 극복, 명실상부한 첫 한국학 종합연구센터를 세우겠다는 복안이다.
서울대 한국학센터건립추진위원회는 20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설치안’이 정운찬 총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학장회의와 평의원회 등을 거쳐 늦어도 연말까지 설립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안에 따르면 한국학연구원은 국문학 국사학 등을 연구해 온 인문대 내 한국문화연구소와 고서 등 기록물들을 보존ㆍ관리하는 규장각을 통합하고, 사회대 공대 자연대 음대 미대 등 각 분야의 교수진을 끌어들이게 된다.
조직은 ▦기획연구부 ▦기반연구부 ▦정보자료관리부 ▦편집간행부 ▦교육ㆍ교류부 등 5개 부서로 구성되는데 연구의 중심이 될 기획연구부는 어문과 역사 뿐 아니라 사회과학, 과학기술, 철학ㆍ종교, 예술, 대외교류 등 7개의 연구실을 두고 한국학의 폭을 전방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편집간행부에서는 외국어 번역사업을 벌여 한국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인 대상의 한국학 교양강좌, 해외 한국학 연구자 지원사업, 국내ㆍ외 연구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공동연구 등도 추진한다.
서울대는 한국문화연구소에 2001년부터 매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 ‘한국학 장기기초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 학내 주요 학술기관장을 주축으로 한 한국학센터건립추진위를 가동해 한국학연구원 사업 방향을 논의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은 기존 한국학 연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학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국내 한국학 연구기관으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주요 대학에 설치된 연구기관이 있지만 본격적인 의미의 한국학 연구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사회과학 과학 예술까지 포괄하는 한국학 종합연구기관은 아직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외 대학에 개설된 한국학 강좌들은 역사, 특히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한 근ㆍ현대사에 치중하고 있다”며 “총체적으로 한국을 인식할 수 있는 한국학 체계를 세우는 것이 한국학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한국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기 힘든 것이 현재 한국학 위기의 본질”이라며 “영역을 무한정 확대하기 전에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록 미흡하다 할지라도 기존에 상당수의 한국학 관련 연구기관이 있는데 중복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을 결집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총장은 “왕실의 학술기관이었던 규장각이 이제 한국학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한국학연구원이 진정한 한국학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내년 중 한국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개교 60주년ㆍ규장각 창건 230주년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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