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1일 서울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북관대첩비의 고유제(告由祭)를 마친 되 이 비가 1905년 일본에 반출된 과정을 담은 일본군 공문서를 공개했다.
러일전쟁(1904~1905) 당시 일본군 2사단 17여단장이던 소장 이케다 마사스케(池田正介)가 1905년 3월31일 일본 육군대신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후일 조선 초대총독)에게 보낸 편지와 답신으로 된 문서에서 이케다는 임란 때 의병장 정문부의 승전을 기념해 세운 북관대첩비로 인해 일본군 병참선이 한국인들에게 방해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비를 일본에 가져갈 것을 건의했다.
이케다는 비를 일본 궁내성의 진천부(振天府)나 유취관(遊就館.야스쿠니신사 내 군사박물관)에 봉납할 것을 제안하면서, 비를 건립한 이들의 후손들에게 일본으로 가져가도 된다는 허락을 증서로 받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데라우치는 답신에서 “이 비는 전리품이 아니므로 유취관에 두는 것이 좋겠다”며 “이케다가 건립자의 자손에게 승낙을 받아 가져왔다는 내용을 기술해 놓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홍준 청장은 “일본이 비의 이전을 후손에게 승낙 받았다는 공문까지 만들었을 만큼 치밀하게 북관대첩비 강탈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들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유제에 함께 참석한 최서면 국제한국학연구원장은 “1905년 10월29일자 히로시마 신문에서 ‘어제 북관대첩비가 도착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북관대첩비가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28일은 일본 반출 꼭 100년이 되는 날이 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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