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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신데렐라에 '올해의 여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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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신데렐라에 '올해의 여성상'

입력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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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이런 상을 주시다니….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더욱 더 학문에 매진하고 이웃들에게 신경을 쓰며 살겠습니다.”

‘교과서’같은 수상 소감이라 생각할 법도 하지만 서울대 황우석 박사팀의 핵심 브레인이자 최근 ‘과학계의 신데렐라’라는 별명까지 얻은 사람이기에 말 그대로 믿을 뿐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는 한 해 가장 눈부신 활동을 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2005년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서울대 의대 신경내과 안규리(50) 교수가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협회는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 세포 배양에 성공,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경이로운 연구 성과로 세계에 국위를 떨쳤다”라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 측은 안 교수가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임상분야 총책임자로 결정되던 19일 이전에 이미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연구성세포 연구로 바쁜 연구 일정 탓으로 기자회견장에도 참석하지 못한 안 교수이지만 여협의 은방희 회장은 “유례없이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 결정으로 수상자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정상의 면역학 전문가다. 2002년 황우석 박사팀과 손잡고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연구에 혼신을 쏟아 왔다. 안 교수는 장기이식 과정에서 생기는 면역거부 반응을 없애는 연구를 도맡아 왔다.

그 결과 면역 거부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정부로부터 장기 이식용 무균돼지 대량생산체제 지원을 약속받았다. 한 번만 실려도 ‘가문의 영광’이라는 최고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를 두 번이나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업적 외에, 안 교수가 1999년 ‘자랑스런 서울대인’에 황우석 박사와 나란히 선정되면서 이미 봉사활동가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당시 황 교수는 복제소 ‘영롱이’를 만들어 장안에 한창 화제를 뿌리고 있을 때였고 안 교수는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 클리닉’을 운영하며 의학계 후배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이끌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크립스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을 당시 마더 테레사 수녀를 만난 것이 봉사활동의 계기가 됐다.

“멕시코 국경에서 밀입국자를 상대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이웃 사랑을 펼치는 수녀님께 깊은 감동을 느꼈죠.”

이후 귀국한 안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이주 노동자의 딱한 사정과 참담한 의료실태를 전해 듣는 무료 진료 봉사를 시작,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눈부신 연구 업적도 좋고 사람들에게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을 안겨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안 교수의 본업은 역시 의사다.

각종 연구발표와 며칠 전 있었던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 등으로 환자들을 별로 못 만나봤다는 점이 가장 맘에 걸린다는 안 교수. “죄송합니다만 그만 진료실에 들어가봐야 해요. 어쩌죠?”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밉게 볼 수가 없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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