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대와의 대북사업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북한의 상도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년 가까이 쌓아온 현대와의 신뢰나 사업관계도 한 순간에 팽개치는 북한과 어느 기업이 사업을 하자고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남북 경제협력 전반에 대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북 경협사업은 남북간 단순 교역이나 위탁가공, 그리고 투자협력사업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980년대 말부터 위탁가공과 단순 교역 중심으로 이뤄지던 남북 경협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개성공단,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금강산관광 등 3대 경협사업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바뀌었다. 89년 1,872만 달러였던 남북 교역규모는 지난해 6억9,704만 달러로 늘었고 위탁가공업체도 지난해 215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교역과 투자협력사업은 현대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불안한 상태다. 정부는 95년 이후 대북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기업이 미흥식품 태영수산 백산실업 등 7곳으로, 투자 손실은 47만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보다는 실제 음양으로 손실을 본 기업은 더 많다. 95년 이후 남북 경협사업자로 승인 받은 92곳 중 제대로 일을 진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우의 남포 봉제공장이 대표적 남북 협력사업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사실상 중단된 상태고, 정상회담 이후 북한 진출을 타진했던 삼성 LG 등 대기업도 모두 포기한 상태다. 현대를 제외하면 일부 중소기업만이 대북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이 신뢰와 여건을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북한의 전력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열악하고 남측 기업인의 방북과 북한 내 상주도 어렵다. 북한 내 관련사업이 취약해 원ㆍ부자재 공급도 원활하지 못하다. 한 대북사업자는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적 측면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도 변수다. 지난해 7월 남북대화가 중단된 이후 6개월 동안은 사업자들의 방북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은 시장경제 마인드가 부족, 남측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보다는 앉아서 받아먹겠다는 태도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정상국가가 아닌 만큼 국제사회의 상사관계 중재 조치도 별로 먹히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사태를 계기로 남북 경협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룬다. 동명한 중소기업진흥공단 남북협력실장은 “북한이 경직과 폐쇄성을 버리고 기본 상거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남측 사업자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는 마인드를 갖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8일 개성공단에 개설되는 남북 경협사무소가 주목된다. 남북 당국자들이 상주하면서 양측간 교역이나 투자사업을 조율하게 됨에 따라 과거와 같은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근본적인 개혁ㆍ개방을 취하지 않는 한 한계는 뚜렷해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