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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英 '세계신화총서' 100권중 첫 3권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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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英 '세계신화총서' 100권중 첫 3권 펴내

입력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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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선언(1882년)은 신화에 대한 인간 이성과 합리의 승리, 미토스에 대한 로고스의 승리, 그 최종심결이었다.

하지만 10년 뒤 타이타닉호가 침몰했고, 다시 30년 뒤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를 통해 신화를 딛고 선 서구문명의 정신적 해체를 절규했다.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 보스니아 내전, 최근의 세계무역센터 테러로 현대사는 일그러졌다. 인류는 절망하고, 분노하고, 정신적 마비와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의심한다. 과연 신은 죽었는가? 신화는 미신이며 소멸해야 할 잔재인가? 인간존재의 속박을 벗고 자유의 초월적 갈망에 이 시대의 문명과 과학기술은 과연 응답할 것인가?

‘세계신화총서’는 그 물음에 대한 문학인들의 대답이다. 세계 유수의 작가들이 신화 이야기를 골라 자유로운 형식과 발성으로 집필, 그 정신을 공유하자고 나섰다.

1999년 봄 영국 스코틀랜드의 캐넌게이트 출판사가 내놓은 이 야심찬 기획에 ‘문학동네’를 포함한 전 세계 33개 출판사가 동참했고, 마거릿 애트우드(캐나다) 재닛 윈터슨(영국) 데이비드 그로스만(이스라엘) A.S 바이어트(영국) 등 쟁쟁한 작가들이 가담했다. 오르한 파묵(터키) 이사벨 아옌데(칠레)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토니 모리슨(미국) 등도 가세할 태세다.

그 첫 성과로 세 권의 책이 최근 31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이 40년 프로젝트는 2038년 3월15일 제100권으로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 신화의 역사(카렌 암스트롱 지음ㆍ이다희 옮김)

세계 신화여행의 입문서이자 개론서로 보면 된다. 저자는 신들이 만유적 존재로 인간의 구체적 체험 속에 혼재했던 고대로부터 인간과 신의 분리, 심연의 단절이 진행된 과정으로 1만2,000년의 과거를 정돈한다.

그리고 이 시대, 영웅적 신의 자리를 대신한 과학 기술의 천재들에게 건 희망의 과도함이 확인된 지금, 신화는 우리의 대안이며 그 메신저는 단연 문학이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어두운 신화의 세계로 하강함으로써 더 높이 상승할 수 있다.”

▦ 페넬로피아드-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마거릿 애트우드 지음ㆍ김진준 옮김)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답게, 애트우드는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화자로 정절과 헌신의 표상이었던 페넬로페와 그의 시녀들을 택했다.

위트와 기백에 넘치는 페넬로페(애트우드)의 입심에 오디세우스의 지칠 줄 모르는 역마살과 여성편력, 영웅 콤플렉스가 여지없이 까발려진다.

열두 명의 시녀들도 각각 동요나 비가 목가 민요 연극 등 형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토로하며 오디세우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비꼰다. 남성 서사에 묻혔던 신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 무게-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재닛 윈터슨 지음ㆍ송경아 옮김)

신의 분노를 사서 영겁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고독한 영웅 아틀라스와 그의 짐을 대신 져주는 대신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얻고자 하는 헤라클레스의 제휴.

작가는 세계에 결박된 채 숙명과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아틀라스에게 자유를 준다. 이제 그는 사유하는 존재에서 행동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옥스퍼드 영문학사에 등재된 이 촉망 받는 작가는 유머러스하면서 시적인 묘사와 삶과 세계 우주에 대한 통찰이 담긴 깊은 사유의 문장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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