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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프리카를 날다 '女조종사 눈에 비친 생명의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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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프리카를 날다 '女조종사 눈에 비친 생명의 대륙'

입력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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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피부의 아프리카 여인 베릴 마크햄(1902~1986)은 남다른 생애를 보냈다. 4살 때 영국에서 동부 아프리카로 이주한 그는 18세에 영국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여성 최초로 따냈고, 29살의 늦깎이로 비행에 입문, 1936년 여성 비행사 최초로 대서양 단독 횡단에 성공했다.

범상치 않은 마크햄의 삶을 무엇보다도 더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그의 에세이 ‘아프리카를 날다’ (원제 West With The Night)이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일상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필체로 담담하게 써내려 간 이 책에 “작가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는 헤밍웨이의 상찬은 과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원주민과 어울려 거침없이 초원을 내달리거나, 우편 수송을 위해 비행기로 아프리카 온갖 오지를 가로지르고 다닌 만큼, 마크햄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스며있다.

‘아프리카는 신비롭다. 그곳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다. 찌는 듯한 열기의 지옥이다. 사진가 들의 낙원이요… 도피주의자의 유토피아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준다… 그것은 죽은 세계의 흔적이며, 빛나는 새 세상이 담긴 요람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어릴 적부터 생계를 걱정하며 거칠게 살아온 여장부 답지 않게, 그의 문장은 부드럽다. ‘사람은 외로움을 지우려고 분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법을 배우지만, 자기 자신은 지켜보지 않는다… 외로움에 대한 혐오는 살고자 하는 욕망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같은 문장을 읽다 보면 셀 수 없이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건져낸 삶에 대한 성찰도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체이상으로 몇 번의 위기를 넘기고서야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을 때의 긴박한 순간을 차분하게 포착한 글도 인상적이다. ‘전방에 육지가 보인다… 1분 1분이 흘러간다.

분이 꼭 유형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분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고리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그리고 엔진이 끊길 때마다, 나는 그 사슬의 고리가 끊긴 것을 보고, 다시 이어질 때까지 숨도 쉬지 못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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