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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心 뒤엎는 '멧돼지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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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心 뒤엎는 '멧돼지의 습격'

입력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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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김모씨는 최근 논에 나갔다 넋을 놓아버렸다. 멧돼지들이 벼이삭을 훑어먹은 뒤 논바닥을 뒹굴며 목욕까지 하느라 수확을 앞둔 논 1,000여평을 완전히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 잇달아 멧돼지가 출몰해 화제가 됐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천 포천 동두천 등 산악지역이 많은 경기 북부지역에 국한됐던 멧돼지 피해가 이제는 광주 이천 하남 등 경기 동남부지역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논과 밭은 물론 축산농가, 묘지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양평에서만 멧돼지 피해 건수가 2003년 81건, 2004년 122건, 올해 10월 현재 210건으로 폭증하고 있다. 연천군은 2003년 121건에서 지난해 212건, 올상반기 112건으로 늘었고, 여주군도 지난해 63건에서 올해 78건으로 늘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도내 농가들이 모두 8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민들은 멧돼지 피해를 막느라 개를 키우고 논밭에 목책이나 철조망을 두르는 한편 밤새 폭죽을 터뜨리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영리한 멧돼지에게는 백약이 무효라고 하소연한다.

경기도가 이처럼 멧돼지 피해를 입는 것은 인접도인 강원도와 달리 수렵허가가 나오지 않아 멧돼지 포획이 어렵기 때문. 수확철에 한해 주간에 유해조수 단속이 가능하지만 멧돼지는 야행성이라 사실상 별다른 효과가 없다. 양평군 농작물피해방지단 최창은(53) 회장은 “현재로서는 사냥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먹이가 모자란 멧돼지들이 수확을 앞둔 논, 밭을 마구잡이 파헤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는 대로 수렵 허가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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