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들의 무도회 / 안데르센 원작. 이치가와 사토미 그림. 한림출판사.
▲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 존 W. 피터슨 글. D.K. 래이 그림. 중앙출판사
▲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 / 질 티보 글. 장 베르네슈 그림. 작가정신
▲ 에디에게 잘해주렴 / 버지니아 플레밍 글. 플로이드 쿠퍼 그림. 느림보
통통한 얼굴, 발그레한 뺨, 물방울무늬 리본으로 묶은 금발, 이마를 덮은 앞머리. 서양 그림책 주인공으로 딱 어울리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소녀의 유난히 큰 머리, 어딘가 선명하지 않은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는 약간의 발달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꽃들의 무도회'
, 잘 알려지지 않은 안데르센의 동화로 죽음과 생명의 순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소녀는 시든 꽃을 아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형침대에 뉘고 이불도 살며시 덮어준다.
그러나 나이가 훨씬 많고 항상 누이동생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빠는 꽃들이 간밤에 무도회에서 밤새 춤을 추어 지친 것이라고 한다.
임금님의 여름 궁전에서 밤마다 꽃들의 무도회가 열리는데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몰래 살짝 들여다보면 소녀의 눈에는 보일지도 모른다고 오빠는 소녀에게 여운을 남긴다.
자면서도 시든 꽃이 걱정된 소녀는 밤중에 일어난다. 약간 열린 방문 틈으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오빠 말대로 옆방을 살그머니 들여다보는 소녀. 방안 가득히 비추는 달빛 속에서 꽃과 장난감과 인형들이 신나게 춤을 춘다. 다음 날, 소녀는 완전히 시든 꽃을 땅에 묻으며 내년 여름에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만나자고 한다.
장애를 다루는 동화는 장애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
. 그들에게는 호수보다 더 깊은 꼬르르르 색, 깃털보다 더 가벼운 포르르르 색, 방울새보다 더 귀여운 방그그르 색이 있다. ‘에디에게 잘해주렴’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장애인이 세상을 감지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도록 한다.
특히 ‘꽃들의 무도회’는 장애와는 무관한 아름다운 한 편의 이야기에 주인공을 장애아로 그려 그들을 우리와 일상을 함께 하는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휠체어 탄 사람, 흰 지팡이 짚은 사람, 안내견을 데리고 가는 사람 등 이런 저런 생활의 불편함을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보는 것이 더 앞서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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