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잔치는 잔치다. 멀리 지구 반대편 독일까지 날아온 한국이, 한국의 출판인들이, 그리고 예술인들이 지금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장에서 한 판 우리 문화 잔치를 벌이고 있다.
무구정광다라니경, 팔만대장경, 직지(直指)의 전통을 그대로 재연한 금속활자와 목판 인쇄 체험, 1시간 안에 한글 배우기, 태권도 시범, 투호 놀이 등 한국의 문화를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도서전을 다루는 독일 언론의 반응도 제법 뜨겁다. 그 동안 접할 기회가 많았던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동북아시아의 또 다른 동양문화를 대체로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눈에 뜬다.
디 벨트가 이런 한 번의 행사로 한국문학이 유럽에 자리 잡을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그 기사가 난 다음 날 주빈국 행사를 인상적이라고 평가한 기사를 냈다.
독일 유력지들끼리 주빈국 행사를 두고 서로 주고 받듯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한국이 그만큼 관심거리라는 얘기다.
11월20일 완공 예정으로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 캠퍼스 옆에서는 ‘한국의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와를 얹은 누각 한 채와 정자 한 채를 짓고 연못을 판 기품 있는 정원이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는 처음인 이 동양의 정원은 도서전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독일인들이 한국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주빈국 한국이 있어 풍성했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끝나면 ‘한국의 정원’처럼 그 성과를 간직하고 잘 가꿔는 과제가 막중하다.
그래서 주빈국 행사에서 뿌린 씨가 탈 없이 잘 자란다면, 영국 도박사들의 내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말 한국의 작가도 그리 멀지 않은 날 기분 좋게 노벨문학상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