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은 이미 예고된 문제였다.
핵가족 시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당연한 현상이 되었는데도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책임은 개인과 가정에만 맡겨져 있을 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아이를 낳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낳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의 출산 기피는 사회ㆍ문화ㆍ심리적 요인 등이 있겠지만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육아와 교육 때문이라고 본다.
한 부모 가정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부인할 수 없이 통계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 이혼의 급증은 당연히 한 부모 가정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각종 사회적 관습이 한 부모 가정의 부모나 자녀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양육비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일찍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01년 심포지엄 ‘이혼 가정과 자녀 양육 - 양육비 제대로 받고 있는가’는 이 문제에 관한 논의의 첫 걸음이었다.
부부는 이혼해서 타인으로 돌아가더라도 자녀에게는 여전히 부모다. 친권과 양육권을 누가 갖는가, 누가 자녀와 함께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나 부모 일방이 자녀와 함께 살며 보호하고 양육을 책임진다면 함께 살지 않는 부모 일방은 마땅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혼 과정에서 갈등을 이유로 자녀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고, 법과 제도의 미비함이 결과적으로 이혼시 자녀를 최대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혼과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관한 현행법은 상당히 미흡하며 속히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양육비 이행 확보에 관한 실질적인 법안과 조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일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므로 국가가 나서서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부양 의무자에게 추후에 양육비를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양 의무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재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수준에 비추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사회적 과제의 우선 순위, 그 기준의 문제이며 동시에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으로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독일의 라이너 프랑크 교수를 초빙해 10월 28일 ‘부부 재산제와 양육비 이행 확보 제언’에 관한 강연회를 갖는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제도를 확립한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 법과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