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식음료 업계의 유행이 가장 빠르게 반영된다는 곳이다. 뉴욕의 골목에는 아랍 식당과 설렁탕집과 피자집이 공존하고, 미술관이나 공원 등 공공 시설에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반드시 갖춰져 있으니 그야말로 매식의 천국이 따로 없다.
각국의 요식업 컨설턴트들은 뉴욕의 식음료 트렌드를 증시 동향처럼 분석하고, 루마니아로부터 태국까지 그 결과를 토대로 한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기곤 한다. 그렇다면 지금 뉴욕에서 가장 뜨는 먹거리가 무얼까? 바로 ‘생식’이다.
‘생식’하면 대부분, 마른 빵가루처럼 건조한 분말 제품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뉴욕의 생식은 그 뿐만이 아니다. 육회나 생선 회, 샐러드와 같이 이미 요리의 형태가 ‘날 것’인 메뉴들은 물론이고 햄버거나 파스타, 샌드위치까지도 생(生)으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식 가루와 과일을 섞어 만든 주스는 물론, 과일에 두부 크림을 얹은 저 칼로리 디저트나 샴페인 푸딩과 같이 멋들어진 메뉴들까지 갖춘 그야말로 ‘레스토랑’급인 생식 식당들. 익히지도 않은 요리에 싸지 않은 가격표를 달고도 왜 인기가 폭발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 제철음식
이맘때 부산의 자갈치 시장으로 가면 생새우 오도리를 만날 수 있다. ‘오도리’는 춤을 추듯이 튕긴다는 뜻의 일본어라는데 어시장이나 횟집에서는 흔히 쓰이는 단어다.
오도리 한 접시를 주문하면 손바닥만한 접시에 예닐곱 마리가 나오는데, 그야말로 춤을 추듯 살아 있어 낼름 먹기 미안할 정도. 머리를 두 손가락으로 딱 잡고 파닥대는 새우의 껍질을 벗겨 초고추장에 찍은 다음 한입에 넣으면 그 생명력이 고스란히 혀에 닿는다. ‘생식’의 방법 가운데 최고급에 속할 이 맛! 단, 이런 식으로 먹으려면 반드시 ‘제철’을 맞은 재료여야 한다는 것이 흠이다.
예를 들어 전어를 보자. 이달 초만 해도 전어는 회 치면, 흰 살 반 붉은 기름기 반이었다. 뛰어난 마블링은 소고기 저리 가라 였다. 하지만 이번 주에 잡은 전어는 기름기가 많이 빠져서 퍽퍽한 흰 살이 주를 이뤄 ‘날로 먹는 맛’을 다소 떨어뜨리니 자연의 그 정확성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제철이라는 기간에서 한 주만 더 있다 잡아도 기름기가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으로 먹는 어패류가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 자연산 어패류는 제철이 아니면 감히 상에 낼 수도 없으니까 그만큼 선도가 보장 된다는 말 이다. 그러니 가을 전어나 새봄의 딸기처럼 맛과 영양이 흠뻑 오른 제철 재료를 익히지 않은 채 고스란히 먹는 것이 제일가는 ‘생식’이다.
★ 육회
식재료를 불에 익히지 않고 먹으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영양소의 파괴가 적어 재료 본래의 에너지가 오롯이 몸으로 전달된다는 것과, 그래서 포만감이 화식에 비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자연히 소식(小食)하게 된다. 말이 살지는 이 계절에 넘치는 식욕을 어찌하지 못한다면 생식에 도전해 봄이 좋다.
오도리나 빙어처럼 파닥 거리는 맛은 제철 재료에서만 찾을 수 있겠지만 식 재료의 선도만 좋다면 꼭 제 철이 아니어도 먹을 만은 하다. 질 좋은 한우를 다져서 조물 댄 육회나 소스에 찍어먹는 야채 스틱처럼, 딱히 제철이 없는 식재료의 경우다.
제철 음식보다 다소 떨어지는 단맛은 양념으로 조절한다. 다시 말해서 제철 재료가 아닐 경우에는 그 선도를 우선 따져야 하는 것이 첫째고 다음은 양념으로 멋을 내보자는 얘기다.
★ 야채스틱
다이어트식으로 먹기 좋은 야채 스틱.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은 길쭉하게 썬 야채를 말한다. 쌈장에 찍어 먹으면 좋은 안주거리가 되기도 하는 야채 스틱은 생활 속에 스며있는 대표적인 생식이며 건강식이다. 야채 스틱을 좀 더 자주 먹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소스에 있다.
저지방 요거트를 이용한 새콤한 소스, 꿀과 겨자를 섞은 허니 머스터드, 동남아산 칠리 소스에 과일 시럽을 섞은 매운 소스, 토마토에 허브를 넣고 으깬 홈 메이드 케첩 등 소스만 다양하게 준비한다면 야채 스틱을 상시 먹기가 수월해진다.
왠지 입이 심심할 때, 바쁜 출근길 승용차 안에서, 식이 섬유와 비타민을 보충하는 식이 요법으로 훌륭하다. 소스가 맛있으면 아이들도 야채와 친해지도록 만들 수 있는데, 허니 머스터드를 만들 때에 꿀을 좀 더 많이 넣거나, 요거트 소스에 카레 가루를 섞는다든지 하는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아이들이 잘 먹는다.
생식을 종종 먹으며 자란 아이는 혀가 예민해져서 화학 조미료나 강한 양념에 스스로 방어를 할 수 있게 되니 부모로서 좋은 선물을 주는 셈이 된다.
물기를 뺀 두부를 으깨어 잘게 다진 육회와 섞어 모양을 빚고, 얇게 썬 생양파와 양 상추를 곁들여 토마토 과육이 씹히는 수제 케첩에 곁들여 먹는 일. 듣기만 해도 번거롭다. 또,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 분만에 얻을 수 있는 햄버거에 비해 자극적인 맛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체내에 노폐물이 덜 쌓이고 항산화 작용을 하며 입맛을 정돈까지 해 준다. 매일은 힘들더라도 주말에 한 끼 정도는 시도해 볼 수 있다. 식재료 본래의 쓴맛 단맛을 찾아 내는 재미와 다이어트 클리닉이 필요 없는 몸매를 위해, ‘날로 먹는 즐거움’에 빠져보자.
▲ 생식이 좋은 점 다섯 가지
1. 성인병 예방ㆍ치료
2. 다이어트 기능(적게 먹어도 힘이 나니)
3. 젊음 유지(신진대사 활발해져 세포 재생 촉진)
4. 변비 끝, 피부 생생
5. 집중력ㆍ지구력 향상(머리 맑아져)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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