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유학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고급 인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5년 과학기술 및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04학년도 미국의 대학 등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학자 중 한국인은 7,290명으로 중국(1만4,891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체의 8.8%에 달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외국인 학자’를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 교수, 연구원 및 행정인력 중 이민자나 학생이 아닌 사람’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학계로 진출하는 이들의 수가 아직 미미함을 고려하면 대부분 유학 후 ‘눌러 앉은’ 고급 두뇌들로 보인다.
1995년부터 10년간 한국 학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9.3%로 OECD 국가 중 세번째로 높았다. 특히 2000년~2003년 사이 증가율은 25.0%(5,830명→7,290명)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학자는 0.7% 느는데 그쳤고 전체 외국인 학자 비율은 4.1% 증가했다.
미국서 머무르고 있는 고급 인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올만한 매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석ㆍ박사학위 취득자 취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자 중 정규직 직업을 가진 사람은 55.4%에 불과했다. 어렵게 박사 학위를 따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두뇌 유출 및 관련 정책을 연구해온 청와대 송하중 정책기획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한국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가 어려워져 유학 후 귀국을 미루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면서 “그러나 한국 학자들은 회기 본능이 유난히 강한 만큼 국가가 이들을 흡수ㆍ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ㆍ기업연구부 우천식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을 강타한 두뇌유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을 무조건 불러들이기보다 화교 네트워크 같은 강력한 두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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