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2004년 건강진단을 한 결과, 34%인 190만명이 이상소견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질환자와 질환의심자가 27만명이고, 나머지 163만명은 관리만 잘하면 다시 건강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만 정기적으로 받아도 심각한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값비싼 검진 비용일 텐데, 내게 필요한 검진만 골라서 하면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코 끝을 스치는 이맘 때쯤이면 마치 계절병처럼 '건강 염려증'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키리라 다짐했던 건강 공약들이 또다시 공약(空約)이 되어버렸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찬 바람만 불면 보약과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든 질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보다 확실한 '건강 지킴이'는 없다.
패키지검진엔 불필요한 항목 많아
연령과 성별, 세대에 따라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병이 다르다. 그리고 본인의 건강상태와 가족력, 생활습관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건강검진을 할 때 무턱대고 병원에서 권하는 패키지를 선택한다. 이 경우 평균 80여 개의 검진항목에 30만~4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이런 패키지에는 불필요한 항목이 많기 때문에 비용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자신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검진을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네 영상의학과의원 이용이 이득
건강검진의 주된 목적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조기검진을 통해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검진항목이 많고 검진비가 비쌀수록 정확하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수백 만원대의 호화 건강검진 상품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리고 해외 원정 건강검진이 인기를 끄는 등 건강검진이 날로 호화스러워지고 있다.
그러나 검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값비싼 장비나 시설보다 경험 있는 의사의 성의 있는 진찰과 상담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검사에도 수주, 수개월이 걸리는 대학병원을 찾는 것보다 가까운 동네 영상의학과 의원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전국의 동네 영상의학과 의원은 300여 곳. 이 중 자체적으로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거나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성인병, 5대 암 검진 등의 종합검진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동네 영상의학과를 이용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진단과정이 2~3일 내로 짧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만을 선택할 수 있고 같은 검사라도 대학병원에 비해 검사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어린이ㆍ청소년도 검진 필요
보통 건강검진은 중년 이후에나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인 어린이ㆍ청소년기에도 영양상태와 발달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키, 체중 검사 등의 기본적인 검사 외에 척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척추질환이 생기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최근에는 비만 아동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중성지방(TG)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와 생활습관 따라 검진항목 달라
과도한 업무에 쫓기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20~50대는 건강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40대 이후부터는 일반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질환이나 과로로 갑자기 사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암과 순환기 질환이 발생하기도 쉽다.
중년은 혈압, 혈당 검사는 기본. 평소 음주가 잦은 사람이나 비만인 사람은 간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 상태를 점검한다. 특히 간염을 앓고 있거나 간염보균자라면 6개월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 간경화, 간암을 예방하도록 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은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평소 위장이 약한 사람은 위 투시검사와 종합적인 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 위축성 위염이나 위궤양을 앓고 있거나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젊은 여성의 경우 몸이 붓고 피부가 푸석해지거나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난다면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 질환은 다른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들조차도 지나치기 쉽다.
따라서 평소 이와 같은 몸의 이상이 있는 여성이라면 갑상선 질환을 판별하는 TSH 수용체 항체 검사를 반드시 받아보도록 한다.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의 부인암에 노출되기 쉬운 기혼여성은 자궁과 난소 등에 관련한 세포진講? 질확대경 검사, 인유두종 검사와 유방촬영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부인암은 실제 암이 있는데도 검사상으로는 정상으로 판정되는 비율(위음성율)이 30~40%나 되므로 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그 밖에 에스트로겐을 복용하지 않는 폐경여성이나 조기폐경여성, 골다공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평소 운동이 부족한 여성은 매년 골밀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한다.
노인도 정기 검진 거르지 말아야
65세 이상 노인은 퇴행성 질환과 지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졸중, 치매, 순환기질환 등에 대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달리 심한 두통이 생기고 신체 한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면 뇌졸중의 전조증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공명혈관 촬영, 뇌 단층촬영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순환기질환이 있거나 과음과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 과로, 혈압의 동요, 탈수증상이 심한 노인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압, 혈당을 관리하고, 심장초음파 검사, 초음파 혈관 촬영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머리가 쿵쿵 뛰는 것 같은 박동성 두통(뇌졸중, 고혈압의 위험), 걷거나 운동할 때 손발 저림(말초혈관 폐쇄증 위험), 수면 중 가슴통증(협심증 위험)이 자주 있다면 하루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어떤 질환이든 통증이나 심각한 증상이 생긴 다음에 병원을 찾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침, 두통, 복통, 요통 같은 사소한 이상인 경우에는 큰 병원만 고집하지 말고 동네 영상의학과 의원을 찾아 증상에 따른 간단한 검사를 받고 주의 깊은 상담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받는 편이 훨씬 낫다.
<도움말= 대한영상의학회 정태섭(영동세브란스 영상의학과 교수) 홍보이사, 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박영근 원장>도움말=>
■ 건강검진 주의사항
1. 저녁식사는 오후 7시경 가볍게 먹는다.
2. 오후 9시 이후 아무것도(물 포함) 먹지 말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
3.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3일 전부터 중지하고 치료제인 경우는 주치의와 상담한다. (단, 혈압약의 경우 검사일 오전 6시경에 소량의 물과 함께 복용한다.)
4. 검진 당일에는 아침식사는 물론 껌, 담배, 물 등도 금물이다.
5.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는 보호자를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6. 임산부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
7. 검사시간은 3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추가선택검사가 많을 시에는 유동적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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