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다. 먼 오호츠크해와 베링해를 떠돌던 연어들이 모천회귀(母川回歸)를 하고 있다. 바다야 부드럽게 헤엄쳐 가더라도,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고향을 찾아가는 역동적 몸부림이야말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급류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힘이 얼마 전 미국 대학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급류와 폭포가 있는 곳에는 소용돌이가 있게 마련이다. 연어는 맞바람을 비스듬히 받아 바람을 거슬러 오르는 범선처럼, 물의 소용돌이를 이용해 급류를 거꾸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 일본 삿포로 근처에는 연어를 잡는 ‘인디언 물레방아’가 있다. 인디언에게서 배운 도구다. 그물을 친 물레방아로 강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를 잡는다. 연어는 물레방아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상류로 오르려 하다가, 그만 그물로 된 물레방아 옆에 뚫어놓은 허방으로 빠지면서 잡히고 만다.
잡힌 연어에서 채취한 알을 바로 부화장에서 부화 시킨 다음, 이듬해 봄에 방류한다. 원래 1896년에 설치된 이 연어잡이 물레방아는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원리는 같으나 철제로 되어 있다.
▦ 연어는 3∼6년 만에 성숙하여 모천을 오르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산란 수역이 가까워지면 분산하여 암수 한 쌍을 이룬다. 산란자리는 물이 얕고 진흙이 적은 잔 자갈의 강바닥이다.
암컷은 산란자리를 파고 수컷은 주위 경계를 한다. 암수는 몸을 접촉시킨 다음 지느러미를 펼치고 10여 초 사이에 방란과 방정을 한다. 한번에 전체 알을 방출한다. 산란 후 암컷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상류쪽 강바닥을 파 상처투성이가 되어 숨을 거두고, 수컷도 1주일 안에 암컷을 따라간다.
▦ 연어의 일생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것은 지극한 자연순리에의 회귀와 순응이다. 주말인 22, 23일 강원 양양군 남대천에서 연어 축제가 열린다. 국악과 사물놀이 등이 공연되고 맨손으로 연어잡기, 연어요리 시식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를 하는 김에 책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 소개된 것 같은 ‘인디언 물레방아’가 세워져,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디언의 지혜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지. 연어의 모천회귀를 칭찬하는 한편에서 포획의 축제를 벌이는 인간의 이중성이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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