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다른 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바로 1층 화장실. 기존 백화점은 1층에 화장실이 없다.
이유는 화장실만 이용하려고 백화점을 들어오는 ‘얌체 방문객’을 최소화 하면서, 일단 백화점 내부로 들어온 방문객을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유도해 백화점에 더 오래 머물며 쇼핑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백화점 곳곳에는 고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기 위해 백화점측이 쳐놓은 덫이 곳곳에 있다.
●백화점 마케팅의 전통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백화점이 창문을 두지 않는 것은 고객들이 시간 흐름이나 날씨 변화 등에 신경쓰지 않고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백화점에는 대형 벽걸이 시계가 없다.
대형 거울도 두지 않는다. 고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려한 백화점 풍경을 배경으로 서있는 자신의 초라한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백화점을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최소한의 휴게 공간만 둔다. 물건을 구매한 후 잠시 피로한 다리를 쉬게 할 겸 들렀다가 냉정을 되찾게 되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에스컬레이터는 잠시라도 백화점 매장을 더 둘러볼 수 있도록 상ㆍ하행선을 바꿔 탈 때 매장을 빙 둘러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각종 할인 행사매장을 배치해 고객들이 한번 더 지갑을 열게 한다. 매장을 보지 못하는 엘리베이터는 가급적 이용하지 못하도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출입구도 미로처럼 찾기 어렵게 만든다.
●전통도 깨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백화점이 업계의 오랜 전통과도 같은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하나 둘씩 깨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의 관점과 전략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고객을 매장에 오래 머무르게 유도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가장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오히려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는 안에서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건물 외관을 디자인했다. 이는 백화점 안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부인들까지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재개장 한 롯데백화점 노원점도 건물 앞부분을 유리로 처리해 매장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재미있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리뉴얼을 마친 롯데백화점 본점과 노원점 등에서는 자투리 공간을 판매에 활용하는 대신, 고객들의 휴게 공간을 크게 늘렸다. 고객 휴게실을 따로 두는 한편, 매장 곳곳에 소파와 벤치를 배치해 고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게 했다. 또 아내의 쇼핑을 기다리는 남편들을 위해 남성 휴게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백화점 주요 매장의 에스컬레이터는 상행선과 하행선이 한쪽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고객들은 상ㆍ하행선을 바꿔탈 때 매장을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고객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정문 출입구에 엘리베이터 5기를 배치, 입구에서 바로 목적지로 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계획 아래 쇼핑을 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무조건 백화점에 고객들을 오래 잡아둔다고 해도 매출증대 효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는 최근 매장 내에 시계를 내걸었고, 압구정 본점과 신촌점에는 1층에 화장실을 배치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AS센터나 고객상담실을 찾기 힘들고,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따로 두지 않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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