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는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랑을 유쾌한 웃음과 코끝 시큰한 사연으로 버무려낸 뮤지컬 쇼 ‘러브 스토리-가을 날의 일곱 사랑 이야기’가 28~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무대에 오른다.
가슴 찡한 무지개 빛 사랑으로 가을 무대를 물들일 ‘러브 스토리’는 뮤지컬을 중심 축으로 TV쇼 같은 볼거리가 풍성한 공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콘택트’처럼 일곱 개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옴니버스로 엮어낸다.
회사와 가정에서 서로 외면하며 지내는 사내 커플의 이야기, 나이트 클럽에서 광란의 밤을 지새는 젊은이들의 무모한 사랑, 영화 ‘죽어도 좋아’를 연상시키는 노년의 사랑, 교도소 담장이 갈라 놓은 사랑을 다시 이어가는 재소자 남녀의 애틋한 사연 등이 맞물리면서 사랑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한국 뮤지컬계의 대모라 불리는 윤복희가 신에 대한 사랑을 모노드라마로 펼쳐내고, 뮤지컬과 TV를 오가며 묵직한 연기를 보여온 김진태가 병든 아내를 먼저 보낸 노년의 목수 역을 맡는다.
2002년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상을 수상한 주원성과 ‘지킬앤하이드’ 주연을 한 민영기도 무대를 빛낸다. ‘노틀담의 꼽추’에서 히로인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무서운 신인’ 정선아도 힘을 보탠다.
뮤지컬 무대서 첫발을 내딛는 가수 이기찬은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맡아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에피소드들의 중심을 잡는다. 인기 가수 SG워너비, 러브홀릭, 성시경, 드렁큰타이거, 카사 앤 노바, 조은이 번갈아 가며 깜짝 출연에 무대에 활력을 불어 넣을 예정이다.
신경질적인 직장 상사와 죄수, 위독한 두 환자 사이에서 갈등 하는 의사 등 1인 3역을 열연 하는 주원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기처럼 사랑을 못 느끼고 살아간다. 이번 무대는 잊고 있던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킬앤하이드’를 연출한 이종오가 지휘하는 스태프들도 국내 정상급이다. ‘명성황후’ ‘페임’의 안무를 담당한 서병구와 ‘브로드웨이42번가’의 무대 디자이너 권용만이 제작진 일원으로 참여했다.
음악은 ‘레미제라블’ ‘캣츠’ ‘지킬앤하이드’ ‘헤어 스프레이’ 등 유명 뮤지컬에 쓰인 곡과 귀에 익은 재즈와 힙합, 팝을 사용하지만 곡마다 극의 흐름에 알맞게 개사를 해 일반 컴필리에이션 뮤지컬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12인조 오케스트라에 일렉트릭 파트를 따로 두어 면도날처럼 정확하면서도 풍성한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 7시 일 오후 4시 (02)724-2572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러브 스토리 연출 이종오 "사랑, 편하게 음미해 보세요"
‘지킬앤하이드’로 주가를 올린 뮤지컬 연출가 이종오(42ㆍ사진)는 ‘러브 스토리’를 통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_뮤지컬 쇼라는 이름이 좀 생소하게 들린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요즘 뮤지컬과 달리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지않고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TV쇼의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뮤지컬이라고 보면 된다.”
_출연 배우가 많다 보니 준비하는데 여러모로 힘이 들 것 같은데.
“일곱 가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생각이 분산되는 단점이 있다. 각자의 일정을 맞추기 힘든 점도 있다. 그러나 연륜이 있는 배우부터 젊은 배우까지 출연진이 다양하게 구성돼 오히려 큰 힘이 된다. 나이 있는 분들은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젊은 배우들은 빈 공간을 활력으로 채워준다.”
_가수들이 많이 참여한다. 쇼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선가.
“관객이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도록 가수들을 참여시켰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을 콘서트식으로 보여주기보다 여러 사랑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전달되도록 노력했다.”
_올림픽홀 공연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무대 장치 등에서 뮤지컬과 좀 맞지 않는다. 시설 측면에서 보면 약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잠실종합경기장에서도 공연을 올린 경험이 있다. 음향이나 조명 담당 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_기존 곡을 많이 사용하는데.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있는 뮤지컬 보다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에서 많이 발췌했다. 뮤지컬 ‘맘마미아’나 ‘위 윌 록 유’ 등도 기존 음악을 사용했다. 음악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러브 스토리’는 특정 작품의 주요 부분만을 모아 만든 갈라 쇼와 달리 새로운 내용을 담아 달리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_이번 공연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사랑과 사람들의 관계를 보고, 관객들이 ‘삶은 사랑 속에서 피어나는 구나’라는 생각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_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2월 ‘코러스 라인’을 연출한 후 우리의 설화를 우리 음악으로 담은 창작극을 만들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싶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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