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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문제, 본질로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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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문제, 본질로돌아가자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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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 관련 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갈등이 여야의 이전투구식 이념 대결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책동을 온몸으로 막겠다며 ‘구국 운동’을 제창하고 나섰고 이에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나라당이 색깔론과 구국 투쟁 운운하며 민생을 저버리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격한다.

일이 이렇게 확전으로 치닫게 된 것은 박두한 10ㆍ26 재선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수 계열 단체들이 ‘제2 시국 선언’을 내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없는 생활 형편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구국 투쟁이 필요할 정도로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강 교수의 통일전쟁론이나 맥아더관 같은 생각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데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라가 망할 상황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

●여야 이념대결로 확대

문제의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이원적 구조를 택한 우리나라와 일본에 특유한 조항이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일원제였다면 그런 완충 장치를 둘 여지조차 없었겠지만, 이 조항은 비단 군사 쿠데타로 성립한 독재정권뿐만 아니라 민주화 과정에서 등장한 역대 정권 아래서도 면면히 살아 남았다.

집권에 성공한 세력들이 종전엔 자신을 탄압했던 검찰 권력의 이용 가치를 새삼 깨닫고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정부로부터의 완전 독립은 아니라며 그 조항을 남겨 놓은 것이다.

물론 그것은 최근까지도 사실상 ‘갑 속의 칼’에 지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지휘권을 들먹이지 않아도 검찰이 알아서 잘 따라 줬기 때문이다.

천 장관이 ‘성공한 쿠데타 처벌 불가’라는 검찰의 행태에 분개하여 그 조항 폐지에 가담했다가 이번엔 스스로 지휘권을 발동함으로써 소신 번복의 혐의를 받은 것도 실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과거 집권당이었던 야당들이 정부의 검찰 통제를 당연시했다가 지금에 와서는 검찰의 독립성 침해니 중립성 훼손이니 하며 열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 자체는 본질적으로 비정치적이고 정권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의 계기를 제공한 장본인이 강정구라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 구속 여부가 정부의 정체성이나 색깔 시비라는 정치적 차원을 획득하고 여야간 이념 대결을 촉발시켰다는 데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구속 수사 관행의 단절이라는 인권 정책의 목표는 단지 그 대상이 강정구 교수라는 이유에서 ‘강정구 봐주기’라는 의혹 속에 파묻혀 버렸다. 불구속이란 조건이 붙었지만, 엄연히 수사 지시라는 지휘권 발동의 취지는 그의 처벌이나 활동 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 속에 매몰되고 말았다.

불구속 상태여도 수사 결과 유죄라고 판단되면 검찰이 기소해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하면 될 일인데, 그 때까지 그가 자유로운 두 발로 다니는 것을 막지 못해 엄청난 국론 분열의 비용을 감수하는 것인가. 언제부턴가 ‘레드 콤플렉스’ 이야기가 사라진 것 같았는데, 대통령이 정권을 통째로 내놓겠다며 대연정론을 제기하게 만든 지역구도 문제 못지않게 활활 다시 타오르는 것을 본다.

●이번 일로 누가 득볼까

이념이든 지역구도든 갈등의 소지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정작 갈등을 자신의 목적과 이해에 따라 악용하고 부추기는 것은 바로 정치인들 아니던가.

이번 일로 성공을 거둔 것은 누구인가. 분?삭이지 못해 내심 야권의 정치 공세에 귀가 솔깃한 검찰인가, 현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몰아가려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그들이 결박하려 했던 우리 사회의 이념적 균열을 부각시키며 웃고 있는 강정구 교수인가.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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