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동구을 지역 번화가인 방촌시장 입구에 여야 후보의 유세차량이 나란히 스피커를 갖다 댔다.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의 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청와대 수석 던지고 될지 안될지 모를 선거 또 하러 왔습니다. 일할 기회 좀 주이소.” 아예 울다시피 했다. “안됐다”는 반응과 “신파 하네”란 비아냥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쪽 스피커도 울렸다. “경제를 절단 낸 정권을 대구 시민들이 심판해줘야 합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줍시다.” 박수가 나왔지만, “한나라당 뽑아줘 보이 뭐하노”란 야유도 섞여 있었다.
‘씨~웅’ 전투기가 창공을 가르는 소음이 스피커 소리를 덮었다. “이곳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공군비행장이 지척임을 알리는 소음이다. “여서는 저거 신경 쓰면 못 산다.” 한 상인이 말했다.
동을 지역은 대구에서 가장 낙후한 곳이다. 공군비행장과 대구선 철로가 지역을 갈라놓고 있다. 수확을 앞둔 연근 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고, 벼 익는 논도 있다. 시멘트 공장 먼지가 좁은 국도 위에서 풀풀 날린다. 대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대구가 아니란다.
그래서 서울에서 오는 공공기관은 이곳 주민들에게 ‘내일’을 가져 다 줄 그 무엇이다.
이 후보는 선전물을 온통 ‘공공기관 유치’로 도배하고 “유치 못하면 의원직 사퇴한다”고 했다. 유 후보는 “이 후보가 공공기관은 여당만 유치할 수 있는 것처럼 기만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논리 싸움이 한창이고 유권자들도 갑론을박이다. 여기저기서 즉석 난상 토론이 벌어지기 일쑤다.
“정치하는 사람들 전부 사기꾼인데 그 말을 우예 믿노.”
“안되면 사퇴한다는데 한번 믿어보지 뭐. 한나라당 뽑아줘 봤자 별 포실한 것도 없는데.”
이 후보측은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서 그나마 선전하는 이유를 “공공기관 유치 올인”으로 꼽았다.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유 후보와 접전 양상이어서 이 후보측은 고무돼 있다. 대신 딴 얘기는 절대 안 한다. 홍보물과 플래카드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웠다. 서울 중앙당에서 누가 내려오겠다면 손사래치기 바쁘다.
하지만 유 후보측은 “초반에야 유권자들이 사탕발림에 현혹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허구성을 알아가고 있고, 지지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 차원의 공중 지원이 한창인데다 유 후보의 지명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인물론이 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서동에서 만난 40대는 “처음에야 유승민이라 카면 알았나.
박근혜 비서실장으로 통했지. 지금은 ‘사람 됐더라’고 많이 얘기한다”고 했다. 강정구 교수 파문이 이 곳에선 한나라당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대구에 여당 한명 찍어줘도 안되겠나 그러다가도, 나라 꼴 보니 안되겠다 싶고.하루에도 몇 번씩 맘이 바뀝니다.” 방촌 시장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모(59)씨 말이다. 택시기사 이모(45)씨도 고개를 갸웃대긴 마찬가지다. “동구를 봐선 이강철인데, 나라를 봐선 유승민이고….”
대구=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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