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한국문화의 알파와 오메가가 있습니다. 주빈국관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의 정보기술 산업과 모바일을 통한 새로운 책의 존재론을 예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준비한 주역은 황지우(53) 주빈국 조직위 총감독이다.
조직위 출범부터 1년 가까이 29가지 주요 행사부터 하물며 행사 자료를 담을 가방 디자인까지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기된 표정으로 개막 때 주빈국관에서 전시 주제를 설명하는 그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독일 언론은 고인돌과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접목해 주빈국관 한가운데 마련한 ‘한국의 책 100:유비쿼터스 북스’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황 감독은 “돌과 문학은 접점이라기보다 충돌”이라며 “원시성, 물성 자체와 첨단 기술의 충돌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학적인 스파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명이 거대한 것에서부터 작고 조밀하며, 쥐고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왔다는 것을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유북(U-Book)이 책의 정체성은 아니다”라며 “책의 확장, 유통, 사용의 방식이며 그 방식이 디지털로 변환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통해 문학의 텍스트를 확장해서 읽도록 하는 것이 유북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아직까지 그것은 하나의 실험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늘 자국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한국문학의 번역 현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황 감독은 “한국문학 번역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외국어로 번역된 출판물의 수는 많지 않다”며 “한국문학의 장점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역 때문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또 “한국은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압축해서 근대화 되어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의 요소가 혼재하는 나라”라며 “그래서 혼돈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풍요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점을 이번 행사에서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의 접목으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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