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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단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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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단풍놀이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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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 동안 시골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 전화를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집에 계시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의 대가을엔 들에 나가 일을 하고, 들일이 끝난 지금은 또 지금대로 사무가 바빠 집에 계시지 않는다.

저녁 시간의 통화 역시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저녁 드실 시간쯤에 통화를 해야 하는데, 어물어물하다 보면 아홉시가 넘고, 그러면 두 분은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핸드폰으로 하는 통화도 배터리를 제대로 갈아 끼우지 않아 꺼져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어제 저녁 모처럼 만에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연곡 소금강으로 단풍놀이를 다녀오신 이야기를 했다. 봄에 일부러 꽃구경은 다니지 않지만, 해마다 가을 단풍구경은 두 분이 빠지지 않고 다니는데, 70여 평생에 올해처럼 단풍이 좋은 해는 또 처음이라고 했다. 단풍이 가장 좋은 코스도 일러 주셨다.

서울 사람들이 이번 주말 가장 좋은 단풍을 보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진부로 빠져 나와 진고개를 넘어 소금강으로 가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 고개를 반대로 넘는 동안 단풍 빛에 얼굴까지 타오르더라고 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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