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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특별 손님' 한국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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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특별 손님' 한국관 가보니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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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과 휴대폰으로 과거와 현재를 조합한 매우 예술적인 컨셉트다.”(독일 통신사 DPA 더크 고더 기자)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라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고 깜짝 놀랐다.”(스위스 라디오방송 슈바이처 라디오 DRS의 나자 피셔 기자)

주빈국관 고인돌 전시에 관심 쏠려

‘직지(直指)에서 유북(U-Book)까지.’ 18일 오후 개막해 23일까지 열리는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올해 주빈국은 한국이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해 우리 출판ㆍ인쇄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주빈국관의 전시를 둘러본 유럽인들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연발했다.

“난해하다”거나 “한국문화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없진 않았지만, ‘특별 손님’ 한국이 독점한 주빈국관 758평 한가운데 자리잡은 고인돌 전시는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상징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던 지난해 주빈국 아랍국가, 규모만 컸지 산만했던 지지난해 주빈국 러시아와도 사뭇 비교됐다.

주빈국관의 고인돌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종의 번역서 실물과 책의 내용을 담은 개인휴대단말기(PDA)폰을 24개의 고인돌 모형에 얹어 보여주는 것이다.

이 콘텐츠는 전시장 안팎의 관람객 자신이 갖고 있는 각종 이동통신 장비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용을 가공해 현장의 맞춤형출판(POD) 시스템으로 바로 종이책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조직위는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서고 전자책(E-Book)을 뛰어 넘어 유비쿼터스 텍스트로 다가가는 도전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6주빈국관은 팔만대장경, 직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등의 기록 유산과 한국문학 거장 12인 등 한국 출판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새로운 책의 존재론’이라는 미래의 가능성까지 짚어냈다.

한국문학 해외 홍보는 이제 시작이다

도서전 준비 초기부터 “잘 될까”하는 의심을 샀던 한국의 100권 번역은 큰 차질 없이 마무리돼 해외 출판사 45곳(81종)과 국내 출판사 12곳(19종)에서 출간됐다.

‘한국의 책 100’ 중 ‘한국의 정원’ 등 6권을 출판한 영국의 예술전문 출판사 샤프론(saffron)의 발행인 겸 편집주간 사지드 리즈비는 “책의 수준은 번역원에서 선택, 추천한 것이라서 믿을만하다”면서도 “보통 단행본 책 제작에 1, 2년이 걸리는 데 비해 이번에는 불과 몇 주만에 책을 만들어야 했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는 “번역원에서 출판비용의 3분의 1을 지원 받았지만 그런 지원이 아니더라도 출판할만한 책들이었다”며 “영국인들은 정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특히 한국의 정원 같은 책은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번역원 권세훈 팀장은 “이번 주빈국 행사를 위해 번역 계약한 해외 출판사들과 앞으로 다른 한국 책을 추가 번역하기로 여러 건 계약했다”며 주빈국 행사가 한국문학 번역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판문화의 역동성 선보인 한국관

예년보다 5배 정도 넓어진 한국관(334평)에는 국내 111개 출판사가 6,000여 권의 대표작과 신간을 선보였다. 갑작스레 몸이 불편해 도서전에 불참한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을 대신해 김언호 출협 부회장은 19일 개막식에서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연설했다.

한국관에서는 작가 낭독회, 출판기념회 등 한국의 시인, 소설가들과 도서전 방문객들의 역동적인 만남의 자리가 눈길을 끌었다. 올해 3월부터 독일 전역을 순회 낭독했던 서정인, 이문열, 오정희, 황지우, 김혜순, 양귀자, 강석경, 공지영, 윤대녕, 하성란, 임철우 등 한국의 이름난 문인들이 대거 전시장에서 낭독회를 열어 한국문학에 관심 있는 독일독자들과 호흡했다.

앞서 1990년 주빈국 행사를 치렀던 일본 출판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일본서적출판협회 히구치 세이이치 조사부장은 “일본은 한창 호황일 때 행사를 치러 많은 돈을 썼는데 한국도 그만 못지 않다”며 “깨끗하고 화려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시장 밖 아고라 광장에서는 금속활자 주조, 한지 제작 시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알테 오퍼 프랑크푸르트 대극장, 프랑크푸르트 시립공예박물관 등 프랑크푸르트 곳곳의 공연ㆍ전시장에서 마련된 음악 공연과 미술, 문화재 전시도 차분하지만 진지한 반응을 끌어냈다.

프랑크푸르트=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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