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이비인후과와 소아과가 어린이 호흡기질환 환자들로 문전성시다. 기침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는 정작 기침하는 아이보다 더 괴롭다.
급한 마음에 배 즙이나 양파 즙 등 여러 가지 민간요법도 시도해보지만 증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침은 원인에 따라 증상은 물론이고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침 관찰해둬야 진단 도움돼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에 따르면 소아기에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은 천식(63.6%)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이어 부비동염(축농증)이나 비염에 의해 코의 분비물이 자주 목으로 넘어가는 증상인 후비루(37.2%) 순이며, 그 외에는 위식도역류증, 기도 감염증, 백일해 등이 있다.
기침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이의 병력(病歷)을 잘 파악해야 한다. 기침을 언제 시작했으며, 어떤 경우 심해지는지, 또 소리와 가래 유무 및 양과 색깔 등을 파악해 의사에게 알려주면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침을 유발하는 요인을 잘 관찰하는 일도 중요하다. 운동 후, 찬바람을 쐰 뒤나 담배연기 등 유해가스에 노출된 후 기침과 함께 기도가 부분적으로 닫혀 색색거리는 천명증상이 나타나면 기관지가 예민해서 생기는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천식의 증상은 다양하다. 색색거리거나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운동 후에 나타나는 운동 유발성 천식, 심리적 긴장상태에서 나타나는 심인성 천식 등도 있다. 최근에는 기침이 많은 기침형 천식도 늘고 있다.
색색거리는 기침을 하는 경우
기침할 때 색색거리는 소리나 가래 끓는 소리가 많이 들리면 세(細)기관지염이나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세기관지염은 기관지와 폐를 이어 주는 세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특히 돌 전의 영유아가 이런 증상을 보이면 호흡곤란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으므로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식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곰팡이, 차거나 오염된 공기 등에 기관지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증상이다. 기관지가 오므라들거나 붓고,가래가 나와 숨 길이 좁아지기 때문에 기침할 때나 숨쉴 때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게 된다.
최근에는 돌 전 영ㆍ유아 천식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필히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컹컹거리는 기침하는 경우
밤중에 개가 짖는 것처럼 컹컹거리거나 쉰 목소리를 내면 급성 후두염일 가능성이 높다. 급성 후두염은 후두 점막이 염증으로 인해 부어 숨쉬기가 곤란하고 목이 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가습기 등으로 실내 습도를 높여주면 좋아지지만 호흡곤란이 심하고 고열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밤에 기침이 심해지는 경우
단순한 감기나 비염인 경우도 있지만,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부비동염도 밤에 유난히 기침이 심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차고 건조한 밤공기가 기도의 점막을 자극해 발작적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다.
부비동염의 경우 콧속 분비물이 목으로 넘어가 후비루증후군을 보이거나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4~6주 동안 꾸준히 치료해 원인을 원천 제거하는 게 좋다.
한번 기침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
마치 브라스밴드처럼 소리가 크게 나거나 질그릇이 깨지는 듯한 기침을 하면 기관염이나 기관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경우에는 목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을 때 쇳소리가 나는 기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른 기침을 하는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이 가래 없이 마른 기침만 가볍게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스트레스에 의한 습관성이거나 심인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낮 동안 계속 기침을 하다가 잠잘 때만 되면 멈추는 것이 특징이며, 눈을 깜박거리고 얼굴을 실룩거리거나, 코를 킁킁대며 같은 행동이나 소리를 반복해 내는 틱증후군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기침별 관리 및 대응법
기침을 하면 찬 음식이나 음료 대신 미지근한 물을 마시게 하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천식을 가진 사람이 기침 때문에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때는 즉시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한 뒤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이 밖에 고열이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할 때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침이 잦은 사람은 가능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담배 연기나 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말=가톨릭대 의대 소아과 김진택 교수>도움말=가톨릭대>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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