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행보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폄하한 이명박 시장에 대해 "비례(非禮)의 극치"라며 극도의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게 계기다. "이처럼 강력한 반응을 보인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교로운 것은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는 그의 대외 활동이다. 14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나 18일 전 영화배우 심은하씨의 결혼식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그렇다 치고, 8일엔 서울 남대문 사무실을 방문한 전국의 정치외교학 전공 대학생 20여명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8일엔 보수원로 1만여명이 발표한 ‘제2시국선언’에 서명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법무장관의 불구속 지휘권 발동과 정권의 정체성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정치 색이 조금이라도 있다 싶으면 거리를 두던 그간의 모습과는 다르다.
이뿐 아니다. 이 전 총재는 23일 10ㆍ26 재선거 지역인 대구 동을을 찾아 2002년 대선 당시 최측근이던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를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재는 이종구, 이흥주 전 특보 등과 함께 선거구내 성당의 미사에 참석한 뒤 유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고 오찬도 함께한다. 이어 28일 과거 측근들을 불러 산행을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혹시 정치재개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원로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변 권유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 회원 300여명은 이날 강원 강릉에서 그의 정계복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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