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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비자금' 총수일가 생활비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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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비자금' 총수일가 생활비로 썼다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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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은 대부분 그룹총수 일가가 생활비 명목으로 나눠 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검찰 및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손기호 부장검사)는 최근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로부터 두산이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박용성 그룹회장 형제자매에게 수 차례 생활비 명목으로 배분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박용곤 명예회장(1억6,000만원)과 용언(8,000만원), 용오(〃), 용성(〃), 용현(〃), 용만(5,000만원) 등 박씨 형제자매들이 비자금을 분배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산 총수 일가가 이와 유사한 비율로 최소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나눠 온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박용성 회장은 7월 박용오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제기하자 “터무니 없는 음해”라며 일축한 바 있다.

박진원씨는 비자금 조성 지시에 대해 “아버지 형제들이 상의한 대로 따랐을 뿐이다. 나눠 받은 비자금은 대부분 가족들의 생활비, 세금, 이자 등에 사용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박용오 전 회장이 그룹총수로 있을 때 결재를 받아 생활비를 배분했다”고 밝혔다. 박용오 전 회장은 그러나 “그룹회장 재직 시절 박용성 회장으로부터 형제 일가의 생활비를 챙겨 주도록 요청 받은 건 사실이지만 동생인 용언에게만 몇 차례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용오 전 회장을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킬지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두산그룹이 두산산업개발 동현엔지니어링 세계물류 넵스 등 4개 계열사를 통해 최소한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20일 박용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박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돌려보낼 계획”이라며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미 조사를 마친 용만, 용오씨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두산총수 일가 1~2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나머지 관련자는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일단 마무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두산그룹의 비자금이 정ㆍ관계에 로비 목적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수사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2002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와 박용성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거 과정에서 비자금이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이진희 기자 river@hk.co.kr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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