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사설 어린이집(보육시설)에는 기본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반면 교육인적자원부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사립유치원은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치원생의 80% 가량을 수용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측은 “유치원의 문을 닫으라는 지시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교육부도 “재협의를 요청하겠다”고 나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는 재정경제부 교육부 기획예산처 여성부 등 8개 부처가 참여해 ‘저출산 종합대책(안)’을 최근 마련했다. 이 대책안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12월까지 확정하고, 이르면 2006년, 늦어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토록 돼 있다.
대책안에 따르면 운영이 어려운 사설 어린이집에 보육비 지원금조로 기본보조금을 줘 보육시설측이 인건비 보조나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설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인건비 보조가 안돼 기본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기본보조금 규모는 1,0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본보조금 지원 대상은 5세 미만이며, 구체적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인당 지원 규모는 월 5만~6만원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사립유치원 측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 영ㆍ유아 교육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어 정부 운영비 보조가 시급한 유치원을 기본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뺀 것은 유아교육을 방치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주장이다.
한국유치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인건비 보조가 안되기는 사립유치원도 마찬가지”라며 “기본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유치원 운영이 더 힘들어지며, 결국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인건비가 올라 가고, 정부 기본보조금이 없는 상태에서 학부모 부담은 늘어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측은 11월2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전국사립유치원 교육자 대회’를 열어 기본보조금 지원을 촉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유치원 인가서를 집단적으로 반납키로 결의해 당국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교육부도 뒤늦게 발끈하고 나섰다. 관계 부처 회의 때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기본보조금 지원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왔던 교육부는 유치원측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저출산 종합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에 재협의를 요청했다.
전문가들도 기본보조금 차등 지원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문희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영ㆍ유아 보육ㆍ교육 정책과 예산은 함께 추진되고 집행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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