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 프로농구 ‘챔프 볼’은 어디로 튈 것인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스타급 용병들의 대거 영입과 주전들의 물갈이로 올 시즌 프로농구가 상향 평준화돼 시즌 판도는 예측을 불허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혼전 속에서도 주도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프로 농구 전문가들과 우승 전선을 책임질 10개 구단 감독들은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을 우승후보 1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에 NBA출신의 초특급 용병 센터인 올루미데 오예데지가 강화된 골밑은 철옹성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국가대표 이규섭과 대구 오리온스에서 옮겨온 지난 시즌 득점왕 네이트 존슨이 가세한 ‘빅4’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볼 배급과 외곽슛을 전담할 신예 이정석과 이세범의 기량도 놀라보게 향상돼 있어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지난 시즌 바닥(9위)을 헤매던 창원 LG의 비상도 기대된다. 우선 지난 시즌 ‘포인트 포워드’란 신조어를 창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달린 현주엽의 활약이 기대된다. 새로 가세한 드미트리우스 알렉산더와 헥터 로메로 등 용병들의 기량이 탁월하다. 특히 ‘신산’ 신선우 감독의 존재는 LG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감독은 현대 시절을 포함해 전주 KCC를 3차례나 챔프전 정상에 올려놓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KCC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도훈 코치를 불러들여 ‘신선우 사단’의 조직 정비를 마친 신 감독은 철저한 팀워크 위주의 용병술을 바탕으로 한 토털 농구를 준비하고 있다.
‘승부사’ 김태환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은 SK도 강력하다. 별명답게 그 동안 화끈한 공격농구를 구사했던 김 감독은 이번엔 수비농구를 들고 나왔다. 1년 동안 해설가로 보낸 야인생활이 크게 도움이 됐다는 김 감독은 “수비를 강화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변환을 빠르고 다양하게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라며 “LG시절보다 현 SK멤버가 더 좋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챔프인 원주 동부도 여전히 강팀이다. 비록 포인트 가드 신기성의 공백은 있겠지만 김주성-자밀 왓킨스의 ‘트윈 타워’의 파워는 여전하다.
‘농구 대통령’ 허 재 감독이 이끄는 전주 KCC도 녹록하지 않다. 비록 이상민-조성원-추승균 등 주전들의 고령화가 우려되지만 이는 오히려 팀워크와 노련미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던 신선우 감독의 역할을 새내기인 허 감독이 어떻게 풀어갈 지가 최대 변수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노련해 기존 KCC 팀 컬러를 잘 유지하면서 수비를 강조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신기성을 영입해 올 시즌 4강을 목표로 정한 KTF 추일승 감독은 ‘스피드 농구’로 승부를 걸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약체로 꼽히고 있는 부천 전자랜드의 제이 험프리스 감독도 관심거리다. 3년간의 코치생활로 한국 농구에 적응한 험프리스 감독이 NBA에서 익힌 역량을 국내 무대에 얼마나 접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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