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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아카데미 마흔돌 기념 대화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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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아카데미 마흔돌 기념 대화모임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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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종교간 대화를 이야기하면 이단으로 몰렸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만, 요즘은 굳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진부할 정도로 종교간 대화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유동식 연세대 명예교수)

1965년 10월18일 한국 종교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서울 용당산호텔(현 한강호텔)에서 일어났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6대 종단 지도자가 모여 ‘한국 제종교의 공동과제’를 주제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모임을 이끈 것은 강원용 목사가 원장이던 크리스챤아카데미였다. 종교계는 이날을 한국 사회 종교간 대화의 효시로 꼽는다.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종교인 60여명을 초청, 종교간 대화 40년을 돌아보는 ‘오래된 새 길을 찾아서’가 18,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원로들의 대화’. 종교계 원로들이 웃음이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종교 대화의 필요성 등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먼저 전팔근 원불교 국제교령의 얘기. “원불교 이외의 종교, 특히 개신교 사람들은 저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혀 어울릴 수 없다고 여겼지요.” 하지만 대화 모임에 참가하면서 바뀌었단다. “모임에 참가한 종교인들이 상대방을 이해하려 무척 애를 쓰더군요. 서로 감싸 안으려는 진지한 노력을 경험하면서 개신교든, 불교든, 천주교든 그 종교에 얽매어 타 종교를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의 안녕과 세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다면 어떤 종교든 소중합니다.”

임운길 천도교 선도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타 종교를 이해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배타성이 사라지지요. 사과가 아무리 많이 열려도 사과나무의 뿌리는 하나 입니다.

종교도 명칭이 다르고 방법이 다를 뿐 근본은 하나입니다.” 김석태 전 대한구세군 사령관이 “불교든, 이슬람교든 타 종교를 알고 우리 종교와의 차이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자 송항룡 전 성균관대 유학과 교수가 “다르기 때문에 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맞장구 쳤다.

이동준 전 성균관대 유학과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실천하는 그룹이 아직도 외로워 보인다”고 아쉬움을 나타낸 뒤 “각 종교 내부의 여러 종파간 대화 역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편(고 변선환 감신대 학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사회자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의 부탁에 신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그 사람은 종교 대화를 위해 순교한 것 같다”고 답했다. 변선환 박사는 타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며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하다 소속 교단으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다.

저녁에는 젊은 종교인들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장례 등 일상 생활에 대한 종교적 차이의 극복 가능성을 모색하고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하며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다양한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하며 ▦거창한 종교간 대화가 아니라, 지역 현장에서 종교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은 “종교간 대화가 40년 전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자고 입을 모았다.

인도 뉴델리에서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의 결성을 논의한 게 68년, 일본 교토에서 제1차 세계대회를 연 것이 70년이었다. 강원용 목사는 이를 3ㆍ1운동 당시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모였던 역사적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대화 모임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통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65~74년), 종교적 다원사회에 대해(75~84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종교의 역할과 화합에 대해(85~94년), 생명공학의 발달 등 세속적 도전에 맞서 종교가 이들과 어떻게 조우해야 하나에 대해(95~) 고민하는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다.

강원용 목사는 “40년 전 첫 모임을 가질 때 종교간에 오해가 있을 지 몰라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돌아본 뒤 “앞으로 아시아와 전세계에서 우리처럼 활발한 종교간 이해가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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