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무비’는 정우성, 임수정, 염정아, 차태현, 신민아, 이기우 등 톱스타급 배우들을 한 번에 본다는 것 만으로 손해 볼 건 없는 영화다. 흥행 행진 중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요일’에 이어 ‘러브 액츄얼리’ 식으로 여러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한 데 모으는 구성을 따른 ‘새드무비’는 사랑의 수명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다했을 때, 이별은 오히려 축복이다. 하지만 사랑을 여전히 끌어 안고도, 사랑의 수명이 다 해 이별을 맞아야 하는 네 커플이 있다.
첫번째 커플은 소방관 진우(정우성)와 수화통역사 수정(임수정). 수정은 화재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늘 동료들보다 앞장서는 진우가 늘 조마조마하다.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수정의 동생 수은(신민아)은 초상화가 상규(이기우)를 짝사랑하지만 얼굴의 화상 흉터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숙현(손태영)은 권투선수의 스파링 파트너로 돈을 버는 애인 하석의 가난에 지쳐 이별을 결심한다. 그리고 위암에 걸린 주영(염정아)은 어린 아들 휘찬(여진구)과의 준비된 이별을 향해 한 발씩 가고 있다.
네 커플의 이야기는 서로 별 관계없이 흘러간다. 진우와 수정이 숙현이 일하는 할인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수정이 병원에 갔다 휘찬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이터에서 하석과 휘찬이 함께 그네를 타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다.
‘나는, 당신이, 슬프다’라는 카피나, 눈물 머금은 얼굴들의 포스터는 최루성을 노골적으로 내세우지만, 느껴지는 슬픔은 그리 폭발적이지는 않다. 네 커플의 오밀조밀한 관계나 인물들의 관계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숙현의 마음을 돌리려 이별을 대신 통보해 주는 이별대행업을 하며 돈을 버는 하석의 아이러니나, 화재가 나면 남자친구가 힘들까 봐 매일 같이 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정이나, “엄마가 아프니 늦게까지 일하지도 않고 술도 안 마시고 항상 볼 수 있어서 좋다”는 휘찬의 철없는 말 등을 통해 영화는 잔잔하게 슬픈 이미지 조각을 끊임없이 던진다. 권종관 감독.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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