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북 핵 6자회담을 앞두고 방미한 우리측 수석대표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18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협상에 일본이 관여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공동성명에 직접적 관련 당사자가 평화체제를 논의한다고 명시돼 있고 일본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켜 가야 할 주체는 남과 북”이라고 못박았다.
송 차관보의 발언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와의 3차례 협의 끝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힐의 최근 발언과 비교하면 일본의 역할에 관한 한미간 인식에 온도차가 느껴진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8일 미 평화연구소(USIP) 강연에서 “일본은 휴전협정 당사자는 아니다”고 전제, 그러나 미일동맹 측면에서 “매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일본에 평화체제 협상 진행 상황을 알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일본 개입의 여지를 남겼다.
송 차관보는 “주변국이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귀띔해 주겠다는 정도의 얘기”라고 의미를 축소했으나 힐 차관보가 일본 역할의 연결고리로 미일 동맹을 거론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기본축으로 여길 수 있으나 우리는 남북 관계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차 6자 회담의 한미 공조에 대해 송 차관보는 “생각이 같은 부분도 있지만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입장이 달라서가 아니라 이행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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