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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밤하늘 별을 볼 땐 곁눈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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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밤하늘 별을 볼 땐 곁눈질로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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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칼럼에서는 색깔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에 대해 다뤘다. 이번에는 우리 눈의 또 다른 기능과 특징을 얘기해 보자.

우리가 무엇을 볼 때는 보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 때 눈은 초점이 맞춰진 작은 영역에 대해서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도 구분해 낸다. 그렇지만 초점을 맞춘 작은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우리 눈은 상당히 둔감한 편이다.

이 신문을 읽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초점이 맞은 작은 면적에서는 아무리 글자가 작고 복잡한 기호가 있어도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그 바깥 쪽의 경우 글자들이 있다는 것은 인지할 수 있지만 개개의 글자들이 무엇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망막 위에 퍼져 있는 시세포의 분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돼있다. 밝은 환경에서 작동하는 원추세포는 시야의 중심에 대응하는 망막 위 장소인 ‘황반’(fovea)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지름이 1㎜ 정도인 황반을 중심으로 여기서 멀어질수록 원추세포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초점이 맞은 이미지는 이 황반 위에 맺힌다. 이로 인해 우리는 오직 시야의 중심에 들어오는, 즉 황반 위에 맺히는 이미지만을 자세히 분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희미한 빛을 인식하는 막대세포(간상세포)의 분포는 원추세포와는 많이 다르다. 막대세포는 황반 위에는 없고 황반 주위에 퍼져 있다. 따라서 밤에 매우 희미한 물체를 볼 때, 그 물체를 직접적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오래 전부터 천문학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밤하늘에서 어두운 별을 관찰할 때 별을 직접 쳐다보면 막대세포가 거의 없는 황반에 별의 이미지가 맺혀 이를 인식할 수가 없다(원추세포는 희미한 빛은 인식하지 못한다).

밤에 어두운 별을 잘 보려면 그것을 직접 겨냥해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 주위에 퍼져 있는 막대세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다”는 말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맹점’(盲點)이라는 단어가 있다. ‘주의가 미치지 못하여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잘못된 점’을 뜻하는 말이다.

이 단어는 실제 망막 위의 특정 부위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시신경들이 눈으로부터 나와서 뇌로 연결되는 부위가 바로 그것으로, 여기에는 어떠한 시세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곳에 사물의 이미지가 맺히면 우리는 그것을 인식할 수가 없다.

간단한 테스트로 맹점의 존재를 쉽게 느낄 수가 있다. X자와 검정색 원이 그려져 있는 아래의 그림을 보자. 왼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왼쪽의 X자에 오른쪽 눈의 초점을 맞춘 후, 지면과 눈과의 거리를 조절해 보면 오른쪽의 검은 원이 사라지는 때가 있다. 이 때가 바로 오른쪽 검은색 원의 이미지가 맹점에 맺히는 때다.

카메라 필름에 문제가 있으면 인화한 사진에도 같은 위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망막 위에 맹점이 있다면 우리가 보는 이미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점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바라보고 감지하는 이미지에는 그러한 결점이 없는 것 같다. 여기에는 뇌의 인지 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는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 특히 맹점 주위의 정보를 이용해서 맹점의 자리에 있어야 할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채우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했던 테스트를 떠올려보자. 검정색 점이 보이지 않을 때, 점 주위의 흰색 여백이 검정 원의 위치로까지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고재현·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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