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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성룡과 청룽 다른 느낌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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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성룡과 청룽 다른 느낌의 이름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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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원 섬머 나이트’는 영화 속 어떤 장치보다도 재빨리 배경을 70년대 말로 돌려 놓는다. 이 추억의 노래 ‘원 섬머 나이트’를 부른 진추샤, 즉 진추하가 얼마 전 내한했는데 많은 기자들은 작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천추샤 방한’이라고 쓰려다 보니 도대체 천추샤를 알아들을 이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많은 신문들은 그냥 진추하로, 또는 천추샤(진추하)로 썼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한 성룡은 우리에게 성룡일 뿐이다. 어떤 한국배우보다도 친근한 홍콩 액션스타, 명절마다 안방극장을 찾는 우리들의 친구는 성룡이지, 청룽은 아니다.

주성치표 코미디라 하면 어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도 심각한 표정을 고수하는 주성치의 얼굴이 대번 떠오른다. 그런데 이 말을 저우싱츠표 코미디라고 바꾸면 느낌이 안 온다.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양조위의 눈빛’. 벌써 그의 눈빛이 그려지지만 ‘량차오웨이의 눈빛’이라고 말을 바꾸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아무리 ‘표기법대로’를 강조해봐야 우리들의 스타는 장국영, 장만옥, 왕조현이지, 장궈룽, 장만위, 왕쭈셴이 아니다.

이 표기법 때문에 왕년의 오빠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태도 생긴다. ‘청룽은 신작에서 오랜만에 위안바오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금으로 도금한 LG전자의 휴대폰이 홍콩의 영화배우 궈후청에게 팔렸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 바로 원표, 곽부성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자 독음대로 장자이, 진개가라고 읽었을 때 생경한 이들은 배우 장쯔이, 감독 첸 카이거다.

외래어 표기법은 신해혁명 이전 중국인은 종전대로 한자음으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원음에 가깝게 표기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중국계 스타들에 대한 표기 기준은 추억이다. 추억의 스타들은 한자 독음법이, 신세대 스타들에게는 중국어 표기법이 익숙해진 것이다.

12월 개봉 예정인 ‘게이샤의 추억’ 홍보자료에 ‘장쯔이 양자경 출연’이라는 식으로, 소위 최근 뜬 스타에 대해서는 중국어 표기법을, 추억의 스타에게는 여전히 한자 독음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성룡을 청룽으로, 장국영은 장궈룽으로 표기할 때마다 그들의 영화와 함께 한 옛 추억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 같아 괜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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