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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엉뚱한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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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엉뚱한 소동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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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일보는 공안당국의 반대로 서울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치 못하게 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를 인터뷰했다. 입국 불가 이유가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북한 노동당원이 되었다는 것이기에 당연히 그가 김철수인가를 질문했다. 당시 송두율씨는 “나는 김철수도 노동당 간부도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1년 후 재판을 받으면서 김철수라고 인정했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지식인이 아니다. 안과 밖이 똑 같은 사람, 박해를 받을지언정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말하는 사람이 지식인이다.

그런데도 송두율씨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상의 자유를 옥죄는 법에 따라 구속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사상의 자유를 위해 싸운 지식인의 대표가 되어버렸다.

●순교자처럼 돼가는 강정구씨

강정구씨도 그렇다. 그는 학술적인 논리의 함정에 빠져서 상식의 궤를 벗어난 주장을 몇 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학술적인 논쟁으로 조율이 가능한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죄를 물으려 하면서 엉뚱하게 그도 사상자유의 수호자처럼 되어가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강정구씨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에 이해관계가 얽혀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못한 여당에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강정구씨가 구속되더라도 법무장관이 나서지 않았어야 일관성이 있다.

그렇다고 법무장관이 나선 것이 잘못은 아니다. 도망가거나 증거를 은폐할 위험이 없는 사람은 구속 수사하지 않는 것이 법정신에 맞으니 확신범인 사상범에 대해서 불구속 수사가 적절하다는 주장은 한 치도 흠잡을 것이 없다.

검찰총장이 이 문제에 맞서 총장직을 그만두면서 검찰독립의 수호자인양 한다면 송두율씨나 강정구씨가 사상자유의 수호자인양 하는 것 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고등학생 딸이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더니 “북한 정말 소름끼치더라”고 했다. 북한 사람들과는 거의 차단된 금강산에서 어떻게 그걸 체험했을까.

친구들과 서커스 공연을 보았는데 여성 공연자가 그네에서 떨어졌단다. 다시 했는데 또 떨어졌단다. 그러자 그 여성이 정말 처절하게 울더란다. 거기서 대한민국의 여고생들은 관객들이 돌아간 후 이 여성이 받아야 할 처벌과 북한의 실상을 다 알아챘다.

금강산 관광 대가로 7년간 북한에 간 돈이 4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통일부는 최근 발표했다. 1970년대 이래 계속 떨어지던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9년을 고비로 늘어난다.

98년에 573달러이던 것이 99년에 714달러로, 2004년에는 914달러로 올라섰다.(한국은행 추계) 베트남은 85년에 700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90년에 930달러로 올라섰는데, 그 여파인지 89년을 끝으로 보트피플이 사라졌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베트남은 북한처럼 굶주리지 않았다. 반면 북한은 소득이 900달러선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굶주리는 주민들이 있다. 누군가가 주민들이 받을 소득을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치로나 단편적인 접촉으로나 북한이 독재국가이고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지간한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면 안다.

●소수견해로 국가 흔들리지 않아

문제는 이 독재국가는 바로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정부체제라는 데 있다. 그것이 오랜 독재에 길들여진 탓이든, 반대할 여력이 없어서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북한이 민주국가가 되려면 북한 주민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원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북한 주민들이 세상사에 눈떠가도록, 개방의 문이 철컥하고 닫히지 않도록 기술적인 접근을 하자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원을 끊음으로써 단시일내에 정권을 붕괴시켜서 북한 주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강정구씨처럼 북한의 정체를 지지하는 소수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 같은 의견차이를 남한에서 떠든다고 해서 절대로 대한민국이 위험해지지 않는다. 무시해도 좋을 사람을 순교자로 만들어 소동을 일으키는 비효율이 나라를 정체의 늪에 빠뜨린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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