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상파 TV에서 밀려났던 외화 시리즈가 사랑 타령만 되풀이되는 한국 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자극하며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중산층 주부들의 일상을 코믹 미스터리 기법으로 엿본 ‘위기의 주부들’로 톡톡히 재미를 본 KBS가 후속작으로 23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15분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를 선보인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햇병아리 의사’ 인턴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경쟁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신은경 전도연 등 신세대 스타를 배출한 MBC 의학드라마 ‘종합병원’을 연상케 한다.
제목의 ‘그레이’는 엘렌 폼피오가 연기하는 주인공 이름으로, 의대 본과에서 배우는 해부학 교과서 ‘Gray’s Anatomy’에서 철자 하나만 살짝 바꾼 것. 미국 ABC방송에서 올 3~5월 방송돼 큰 인기를 모았으며, ‘위기의 주부들’과 함께 ABC가 8년 만에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는데 기여했다. 미국에서는 9월25일부터 시즌2가 방송되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가 출연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캐나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지니상을 두 번 수상한 산드라 오는 1등을 놓치고는 못 배기며 때로 독설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맹렬 인턴 크리스티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지난달 열린 제57회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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