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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셸 위야, 위성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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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셸 위야, 위성미야

입력
2005.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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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달러 소녀’ 미셸 위(위성미)는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

부모가 한국에서 자란 만큼 딸도 응당 한국인이라고 여기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미셸 위는 우리말을 할 줄 알며 탤런트 송승헌의 팬이고, 홍어를 좋아한답니다. 핏줄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한민족입니다. 모친이 태국계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태국에서 동포로 대접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친이 한국계인 미셸 위가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반면 국적을 중시하는 분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시민권자는 미국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탓에 부르는 이름도 혼란스럽습니다. 언론마다 미셸 위와 위성미로 다르게 부르고, 한국일보처럼 영문명과 한국명을 병기하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미셸 위는 한국과 미국 대표로 함께 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회가 닿으면 내년쯤 한ㆍ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 출전해보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미셸 위의 실력과 인기라면 미국과 유럽선수의 대항전에 미국대표로 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ㆍ미양국 대표를 겸한 김초롱이 누리꾼의 호된 비난을 받은 것처럼 미셸 위 역시 처신이 쉽지만 않을 듯합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 1인2국적이란 사실을 백주대낮에 들어내는 사람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국적인 2개인 한국계 선수들이 제법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국적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상황을 떠올려 보면 복잡해집니다. 볼썽 사납게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가수 유승준과 일본으로 귀화한 농구선수 하은주 같은 경우입니다. 유승준은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국국적을 버렸다는 지탄을 받아 생매장되다시피 했습니다.

일본에서 화려하게 재기한 하은주는 고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딱한 사정이 알려져 비난을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대를 받진 못하고 있습니다. 밉던 곱든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국에 살던 유승준이나 하은주보다 하와이에서 자란 미셸 위가 더 한국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입니다.

스포츠무대에서 이중국적은 유별난 일이 아닙니다. 브라질의 축구선수 히바우두와 사비올라는 스페인 국적을 가지고 있고, 호나우두 역시 스페인 국적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국가들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상당수 남미국가들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나우두가 스페인 국적을 받아도 국가대표로 한 게임이라도 뛰었다면 새로 국적을 취득한 나라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FIFA 규정에 따라 브라질 이외의 나라의 대표가 될 수 없습니다. FIFA의 규정을 골프에 적용하면 미셸 위는 한국과 미국 중 한 나라를 택해 대표로 뛰어야겠죠.

세계인권선언 15조가 국적선택의 자유를 인정해서인지, 재외동포의 돈과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인지 미국 캐나다 대만 이스라엘 등 기존 국가 외에도 멕시코 필리핀 인도 등도 수년전부터 이중국적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중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복수의 국적을 허용한 상태에서 병역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5월 국회에서 부결됐던 국적법 개정안이 재발의 됐습니다. 이중국적자의 병역기피를 차단하는 데 주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다음 개정안은 이중국적의 타당성과 해외동포나 외국인 노동자의 국적문제 같은 한 차원 높은 논의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프로 데뷔전에서 실격된 뒤 듯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기자회견을 하던 16세 소녀의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프로의 세계에선 국적보다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미셸 위가 불운을 딛고 욱일승천하길 기대해봅니다.

김경철 체육부장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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