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기 각료에 사민당(SPD)에 이어 기민-기사련 몫으로도 ‘반 메르켈’ 인사가 다수 지명됐다. 외신들은 차기 내각을 이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내부 적에 둘러싸여 권한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했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내각을 주재할 메르켈 차기 총리가 때로 맹수의 먹이가 되는 조련사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민-기사련은 17일 자신들의 몫인 각료 8명 가운데 메르켈로 내정된 총리를 제외한 7명을 지명했다. 연립 파트너인 사민당(SPD)은 앞서 13일 8명의 차기 각료를 발표했다. 새 연립 정부의 조각을 마무리함에 따라 양당은 정책 조율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독일 DPA 통신은 “협상이 한달간은 지속돼, 새 내각 출범은 11월 말 또는 12월에야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기민-기사련의 7자리 가운데 메르켈의 측근은 비서실장 외에 여성인 교육부와 가족부 장관 뿐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과거 경쟁자의 요직 등용 사례로 볼 때 메르켈이 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시사점을 찾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른 4자리 중 내무장관에는 볼프강 쇼이블레가, 국방장관에 프란츠 요제프 융이 지명됐다. 독일의 통일 계획을 마련한 쇼이블레는 5년 전 메르켈에 의해 당수직에서 쫓겨난 인물이고, 융은 메르켈의 당내 최대 경쟁자인 헤센주 주지사 롤란트 코흐의 보좌관 출신이다.
또 기사련 당수인 에드문트 슈토이버가 경제장관을, 헬무트 콜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한 호르스트 제호퍼는 농업장관을 맡게 됐다. 메르켈과 총리 자리를 놓고 다툰 슈토이버는 메르켈 앞길의 최대 ‘걸림돌’로 예상된다. 그는 메르켈 측의 국방장관 인선안을 철회토록하고, 농업장관에 측근 제호퍼를 심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호퍼 역시 보건법 개정 건으로 메르켈과 충돌한 뒤 정치에서 물러났던 인물로, 메르켈의 사냥꾼 역할이 예상된다.
향후 정책에서 사민당 각료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르켈의 이런 처지는 굽도 젖도 못하는 안팎 곱사등이에 비유된다. 사민당 각료 9명 가운데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과, 프란츠 ?y터페링 노동장관이 메르켈과 정책 노선을 달리해온 대표적 인물로 분류된다. DPA 통신은 “당장 노동시장 유연화와 부가세 인상 문제로 인해 대연정의 정책 조율은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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