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리크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특별검사의 칼날이 백악관 보좌진들 뿐만 아니라 딕 체니 미 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 누설 사건으로 대배심에서 증언한 주요 인사들은 특별검사로부터 “플레임 신분 누설을 통해 그의 남편인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 대사를 압박하려던 노력을 체니 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를 추궁 당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체니 부통령의 캐서린 마틴 공보실장과 제니퍼 밀러와이즈 전 여성 대변인, 짐 윌킨슨 전 백악관 보좌관 등이 줄줄이 심문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과 칼 로브 대통령 비서실 차장이 플레임의 신분을 기자들에게 흘렸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으나 체니 부통령이 직ㆍ간접으로 연루된 몸통으로 드러날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입을 타격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과 그의 측근이 2003년 7월 플레임의 신분노출이 있기 2개월 전부터 윌슨 전 대리 대사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에 압력을 가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 이라크전을 정당화하는 데 체니 대통령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CIA와 갈등을 빚었던 사실도 이번 특별검사의 조사 과정에서 보다 확연해졌다.
리비 실장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 CIA가 “선택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의 증언이다.
체니 부통령이 이라크전 개전론을 주도한 ‘백악관 이라크그룹(WHIG)’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도 특별 검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별검사는 이미 WHIG 회합과 관련한 회의기록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언을 종합하면 WHIG의 주요 멤버였던 리비 실장은 플레임의 신분이 일반에 노출되기 전 최소한 2명의 기자와 윌슨의 부인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돼 있다.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우라늄을 구입하려했다는 정보가 허구라고 폭로한 윌슨을 응징하기 위해 체니 부통령과 보좌진이 그의 부인 플레임의 신분 노출을 모의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다만 체니 부통령의 직접 연루 여부에 대해선 특별 검사가 여전히 리비 실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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