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정치권이 18일 ‘국가체제 위협’(한나라당), ‘색깔론 총궐기’(열린우리당) 등으로 공방하며 정치 쟁점화하자 검찰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우리의 문제 제기와는 핀트가 안 맞는다”, “정치권이 ‘오버’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검사들은 한나라당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수사권 침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줬다는 점에서 내심 만족해 하면서도, 전반적으론 “정쟁(政爭)의 소재로 이용될 뿐”이라는 냉소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지청장은 “우리의 관심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수사권 침해인지, 검찰총장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정치권은 엉뚱하게 현 정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취지는 이해하나 구국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여야 모두 다음 주에 있을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검사들은 4년 전 장관의 지휘권 폐지를 주장했던 천정배 법무장관의 ‘이중 소신’에 대해서도 “이번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이미 총장이 지휘권을 수용하고 사퇴한 마당에 장관이 사과하거나 사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더 이상의 논쟁은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당장은 한나라당이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그들도 정권을 잡으면 천 장관이 지휘권 폐지 소신을 뒤집었듯 입장이 변할 것 아니냐”며 냉소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법무장관 지휘권 행사의 구체적 대상과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등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지방 지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띄운 글에서 “프랑스의 경우 법무장관이 고등검사장에 대해 기소명령을 내릴 수는 있으나 기소를 막을 수는 없도록 지휘권에 일정한 한계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이 좀 더 생산적 논의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