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속한 발전을 맞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언제 어떻게 질병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까. 생명공학의 산업화 방안을 모색하는 ‘2005 서울 바이오 메디 심포지엄’이 18일 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와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 복제양 돌리의 아버지 이안 윌머트 영국 에딘버러대 교수, 영장류 배아줄기세포의 권위자인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 전세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로버트 클라인 미국 캘리포니아 재생의학협회 회장,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쇼 영국 런던킹스칼리지 교수, 로버트 골드스타인 미국 소아당뇨재단 연구실장 등 줄기세포연구의 선두 주자들이 전망하는 실용화 가능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2005 서울 바이오 메디 심포지엄’에서 줄기세포 연구 권위자들은 줄기세포의 임상적용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보였다. 줄기세포 치료가 꿈이 아니라 5~10년 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줄기세포 산업화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치료법
로버트 골드스타인 미국 소아당뇨재단 연구실장은 “과학계와 산업계가 5~10년 내 세포치료방법을 개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소아당뇨의 완치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베타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라며 “30년간의 꿈이 황 교수의 줄기세포를 이용함으로써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쇼 영국 런던킹스칼리지 교수는 파킨슨병과 척수마비에 가장 먼저 줄기세포 치료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쇼 교수는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특정 뇌세포의 문제로 인한 것인데 줄기세포주로부터 이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이를 환자 뇌에 주입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경제성
골드스타인 연구실장은 “제약회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상업화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 교수는 “인간의 세포 자체는 특허가 될 수 없지만 임상적으로 유용한 물질(치료용 세포)을 만들 경우 전 과정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는 세포치료의 막대한 비용으로 실용화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설사 척수마비 환자에 세포치료비용이 5만 달러(5,000만원)가 든다 해도 연간 간호비용이 30만 달러(3억원)가 드는 것과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로버트 클라인 미국 캘리포니아 재생의학협회 회장은 “2000년 미 상원은 미 국립보건원이 40년간 연구비를 지원해 매년 1,000억 달러의 치료비를 절감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줄기세포 연구는 70가지 만성질환 치료에 적용되며 캘리포니아주는 6개 질환에 대해 3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85~236%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에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로보틱스와 전자기술이 결합할 경우 의학 전반의 발전을 가속화해 관련 분야의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약개발에 활용
황 교수의 환자맞춤 배아줄기세포는 당장 실용화할 분야도 있다. 클라인 회장은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질환 특이적 줄기세포에는 직접 독성검사 등 각종 실험을 할 수 있어 환자에 맞는 치료법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쇼 교수는 루게릭병(ALS)을 예로 들어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매년 나오는 신약을 루게릭병 환자 500~1,000명에게 임상 실험하는데 이는 1,000만~2,000만 달러가 드는 비싸고 느린 과정이라는 것. 그러나 환자맞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100만개의 화학물질 중 신약후보물질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지금까지 원인 유전자를 찾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그 과정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치료확립기간
이안 윌머트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보다 알아야 할 것이 더 많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즉 특정 질병에 대해 어떤 세포를 어디에 얼마나 주입해야 할지, 면역체제가 필요한지 등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세포치료기술이 완전히 성숙하려면 20~5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아마비백신도 50년의 역사를 갖고 지금까지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줄기세포 역시 천천히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환자들과의 만남 통해 연구의 힘 얻고 있다"
심포지엄에서 “환자맞춤 배아줄기세포를 충분히 확보, 곧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황우석 교수는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연구의 힘을 얻고 있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황 교수는 “장애인 가수 강원래씨 그룹 이름이 왜 내 전공인 클론(복제)인지 아느냐”고 운을 뗐다. 첫 만남에서 구준엽씨가 큰절을 하며 “원래 좀 일으켜 세워 주세요”라고 하기에 “쌍둥이보다 더 진한 우정으로 영원히 살자고 그렇게 이름 지었구나”라고 답했다는 것.
트럭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된 8세 소년은 “지금 앞니가 3개뿐이지만 이가 다 나면 미남일 것”이라며 걷게 해달라고 말했다. 한 가족의 부탁으로 뉴저지에서 만난 교포 2세 청년은 하버드대에 진학하며 이민 2세의 꿈을 펼치다 오토바이 사고로 ‘괴물’모습으로 누워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그들에게 “끊어진 신경세포를 연결할 그 날까지 버텨라” “혹시라도 죽여달라고 떼를 쓰면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섀튼 박사는 “황 교수는 미 국립과학원이 2002년 발표한 배아줄기세포 관리 지침을 채택 준수하고 있다”며 “이는 생산된 줄기세포를 합법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기자
■ "파킨스병·척수마비에 세포치료 우선 적용"
심포지엄에서 강연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는 파킨슨병과 척수마비에 가장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윌머트 교수는 “척수손상이나 뇌 신경질환은 단일한 세포의 문제인데다가 어차피 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세포치료에 먼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치료는 단일한 세포의 기능상실로 발병하는 질병에 대해 문제가 있는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대체하는 것. 폐, 콩팥, 심장처럼 복잡한 세포들로 이루어진 장기의 질병은 장기이식으로 해결돼야 하지만 말초신경세포(척수마비), 도파민 분비, 뇌 신경세포(파킨슨병)의 문제로 생기는 질병은 세포 이식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경우 줄기세포에서 분화하는 과정이 꽤 많이 밝혀져 있다. 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점도 가장 먼저 적용될만한 이유다.
섀튼 교수는 이밖에 배아줄기세포로 극복 가능한 질병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 세포를 이용한 소아 당뇨 치료 ▦백혈구 손상을 치료하는 신경 전구세포를 활용한 뇌성마비 치료 ▦심장근 세포를 이용한 심근질환 치료 ▦신경전구세포를 활용한 다발성 경화증 치료 등을 열거했다.
또한 ▦신경세포로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간세포 이식으로 간 이식을 대체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지 ▦신장세포를 이용해 신장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도 연구자들의 관심사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세계 각국의 7~8개 연구팀이 이미 동물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파킨슨병 영장류에 세포치료를 적용한 결과 호전된 결과를 얻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약사 제론사가 2006년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약물이 소수 환자에 치명적 독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 만큼 독성검사에도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유용하다.
심포지엄에서는 배아줄기세포의 임상 적용 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시됐다. 가장 큰 문제는 배아줄기세포는 영원히 분열하고,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여서 몸 속에서 기형종이라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는 신경세포가 뼈나 근육, 혈관 등으로 분화하는 식으로 다른 기능으로의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치료에 필요한 대부분의 세포들은 아직 배아줄기세포에서 어떻게 분화하는지 밝혀져 있지 않아 치료용 세포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체외에서 얻은 세포가 과연 몸 속에서 제대로 기능할지도 확인해야 할 과제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질병의 경우 환자에게서 얻은 배아줄기세포는 유전자 치료를 거쳐 치료용 세포로 분화해야 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안 교수는 “유전자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적은 타인(가족 등)의 체세포로부터 얻은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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