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7일 발칵 뒤집혔다. 조류독감이 EU 회원국인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비회원국인 루미나아와 터키에서 조류독감이 발견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 같은 전염속도로 볼 때 유럽대륙이 멀지 않아 아시아에 이어 조류독감 위험지대로 선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U 2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8일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그리스 키오스, 오이노세스, 프사라 등 에게해 3개 도시와 협의를 거쳐 키오스섬으로부터의 가금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EU는 현재 5억 인구를 위해 치료약 1,000만회 투여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까지 4,600만 회분으로 늘릴 계획이다. 터키와 루마니아의 가금류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도 내린 상태다.
EU는 20~21일에도 보건장관회의를 영국에서 열 예정이다. 그리스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인지는 현재 정밀 검사 중이다.
조류독감의 급속한 확산은 지금이 철새의 이동 시기인 가을이기 때문이라는 데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이래 지난해 초까지 주로 동남아시아에 머물던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가 러시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경로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유럽 비회원국인 마케도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도 가금류가 잇따라 집단 폐사했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수도 스코페에서 190여km 떨어진 게르미얀 등지에서 단순전염병으로 1,000여 마리의 닭과 칠면조가 집단 폐사했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에서도 수도 자그레브 인근에서 조류 10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돼 EU 집행위원회는 정밀 검사를 촉구했다. 불가리아에서도 가금류가 집단 폐사해 정밀검사를 받고 있는 등 조류독감 바이러스 공포는 EU를 동쪽으로부터 포위해 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조류독감은 사람들의 국제적 이동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면서 “특히 철새의 마지막 종착지인 동아프리카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의 전염이 가능한 형태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과잉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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