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해 유통기한이 지난 독감백신을 기업체 직원들에게 접종하고 돈을 챙긴 무면허 의료업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8일 의료허가를 받지 않은 채 유통기한이 지나 효과가 없는 독감백신을 정상 백신인 것처럼 속여 접종한 이모(59)씨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씨에게 고용돼 돈을 받고 독감백신을 접종한 퇴직의사 김모(73ㆍ여)씨 등 3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0년부터 최근까지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해 병ㆍ의원 등으로 의료허가를 받지 않고 독감백신을 구입, 접종한 혐의다. 경찰은 이씨가 2004년 9월부터 1년간만 약 10만명을 접종해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 달 25일 경기 고양시의 A백화점 직원 210명 등 800여명에게는 유통기한이 지난 ‘맹물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백신 비접종철인 6월에는 보건단체의 명의를 빌려 경기 B초등학교 학생 170명의 비만 및 암검사를 실시하는 등 28개 초등학교 학생 1만7,000명을 상대로 2억5,000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가 2003년 사스, 2004년 조류독감 열풍 당시 백신이 품귀현상을 빚는 상태에서 백신을 대단위로 공급받았다”고 말해 제약회사 관계자와의 공모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독감백신은 매년 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유행바이러스에 맞춰 백신업체들이 적당한 제품을 개발한 뒤 8월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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