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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정승명 세양건설 사장‘맑은 詩心’으로 경영도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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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정승명 세양건설 사장‘맑은 詩心’으로 경영도 맑게

입력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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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양건설 정승명(63) 사장은 은행 통장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노트 한 권을 갖고 있다. 다름 아닌 정 사장 자신이 애송 시 작품을 일일이 적어 놓은 시집 노트가 바로 그것이다. 20년 넘게 간직하면서 손 때가 묻고, 이곳 저곳이 닳고 해어지긴 했지만 정 사장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1호 같은 존재다.

정 사장의 시집 노트에는 노천명의 ‘고향’ ‘오월’, 조지훈의 ‘승무’, 유치환의 ‘행복’ ‘그리움’ 등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 외에도 구르몽의 ‘낙엽’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 프레베르의 ‘고엽’ 등 외국 명시, 백석의 ‘고향’ 등 150편이 넘는 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정 사장은 이 노트에 적어 놓은 100여 편의 작품을 지금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송한다. 그래서 저녁 모임이나 회식 자리가 있을 때마다 정 사장은 시를 한 수 암송해 달라는 권유를 받기 일쑤다.

“고교 때부터 시와 고문을 암송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사회에 나온 뒤 잊고 지내다 어느날 너무 메마른 삶을 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노트에 시를 적고 암송을 시작한 게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각박한 시대에 마음을 순화하고 여유를 찾는 데 이보다 더 쉽고 좋은 수양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정 사장의 오랜 시 암송 취미는 기업을 직접 경영하면서부터는 ‘감성 경영’ 형태로 투영되고 있다. 그는 사원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직접 사무실이나 현장을 방문, 기념품을 증정하고 직접 방문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전화로라도 안부를 전한다. 이를 통해 사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업무 능력도 배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그는 심신 수양에서는 정적이고 전통적인 듯해 보이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진취적이고도 미래 지향적이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극동정유 법무실에서 20년을 근무한 법무통이지만 건설업으로 배를 갈아탄 뒤에도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세양건설을 우량 건설사로 키우고 있다.

정 사장은 2002년 세양건설 사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주택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수도권에 머물러 있던 분양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특히 정 사장 주도로 경북 구미시에서 1,2차 아파트 사업에 성공하면서 세양건설은 이 지역에서 메이저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성가를 올렸다.

그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 3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잇따른 분양 성공으로 세양건설은 2002년 1,000억원이던 매출 규모가 2003년에는 1,500억원, 2004년에는 2,000억원 등 매년 35~5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 사장은 “중견 건설사는 메이저 업체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밀려 사업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분양성이 좋으면서도 메이저 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지방을 골라 집중 공략한 것이 맞아 떨어져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항상 “제조업은 장인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혼을 담은 시공으로 일생일대의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집을 만들고 있다”며 “환경보존, 고객만족, 품질제일을 모토로 입주자들이 구전을 통해 세양건설을 홍보할 수 있도록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해외 진출과 SOC사업 수주도 늘려 2008년 말까지는 시공능력평가 50위 내의 건설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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