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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 밀러기자 입막음 시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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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 밀러기자 입막음 시도 의혹

입력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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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 이른바 ‘리크 게이트’에 연루된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주디스 밀러 뉴욕타임스 기자의 대배심 증언을 조종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비밀 요원 신분 누설 혐의 입증에 집중했던 특별검사의 수사가 백악관 핵심 실세의 사법 방해와 위증 혐의로까지 확대하면서 조지 W 부시 정부를 더욱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밀러 기자는 15일 뉴욕 타임스에 직접 쓴 기사를 통해 “지난달 15일 리비 비서실장이 감옥에 있는 나에게 더 이상 취재원 공개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편지에는‘모든 언론이 내가 다른 기자와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이나 존재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음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리비 실장이 내가 대배심에서 자신과 플레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러 기자는 또 “대배심에서 ‘2003년 7월 리비가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의 부인이 CIA의 비밀조직에서 일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밀러 기자는 리비 실장을 포함한 자신의 취재원 공개를 거부하다 버지니아 연방 수용소에 수감됐고 지난달 29일 취재원 공개를 약속한 뒤 85일 만에 풀려났다.

밀러 측의 진술대로라면 이미 대배심 앞에서 플레임 신분 누설 혐의를 부인한 리비 실장이 밀러 기자가 자신의 증언과 다른 내용을 발설할 것을 입막음하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즉 리비 실장에게 위증죄와 사법방해 혐의를 적용할 여지를 남기는 진술이다.

실제로 밀러 기자는 “대배심 신문 과정에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 검사가 나에게 리비 실장의 편지가 나의 증언을 조종하려는 시도로 보느냐고 집중 추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비 실장의 변호인은 “밀러 기자의 해석은 지나치다”며“대배심 증언을 해도 좋다는데 어떤 조건도 단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14일 4번째로 대배심 증언을 마친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도 위증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그 동안 시사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와 대화하면서 플레임의 이름이나 그가 비밀 신분임을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해 이야기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쿠퍼 기자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래저래 곤혹스럽다. 백악관 최고 실세인 두 사람 중 1명이라도 기소될 경우 도덕성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비판했던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에 대한 보복으로 백악관이 조직적으로 그의 아내가 CIA의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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