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상담 코너를 소재로 한 중앙M&B의 ‘그 남자 그 여자’는 2003년 출간 이후 지금껏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 2TV ‘비타민’의 한 코너를 책으로 엮은 현암사의 ‘위대한 밥상’도 1권이 10쇄 가량, 10월 초에 나온 2권이 3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효형출판사는 7권까지 낸 ‘역사 스페셜’(KBS 1TV)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자 ‘HD 역사 스페셜’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 출판부가 선보인 ‘스펀지’ 1~3권도 같은 제목의 KBS 2TV 프로그램을 책으로 낸 것으로 초등학생 독자를 사로잡으며 모두 20만부 가량이 팔려나갔다.
#2. ‘칭기즈칸’이냐 ‘신돈’이냐. 그것도 아니면 ‘서동요’? 지상파 3사의 시청률 경쟁 이야기가 아니다. KBS 1TV ‘칭기즈칸’ 방송을 앞두고 자음과모음, 디앤씨미디어, 반디 출판사는 일제히 ‘소설 칭기즈칸’을 출간했다.
사정은 영언문화사와 큰방에서 한달 차이로 출간한 소설 ‘신돈’도 마찬가지. ‘서동요’는 지식산업사, 가나플러스, 예문이 각각 소설로 냈다. 이밖에 황금가지는 ‘파리의 연인’(SBS) 1ㆍ2권을, 자음과모음은 ‘다이아몬드의 눈물’(SBS)을 소설로 내 영상 소설 시장을 뜨겁게 했다.
#3. 드라마뿐 아니라 시트콤도 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KBS 2TV 일일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두 달 앞둔 8월 책으로 출간됐다.
밀리언하우스의 이신영 주간은 “20, 30대 싱글 여성의 삶을 그려내 이제까지 4쇄를 찍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프로그램의 내용이 여러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KBS 2TV ‘비타민’의 경우 ‘위대한 밥상’과 ‘비타민’으로, MBC FM ‘여성시대’는 ‘장용의 단결! 필승! 충성!~’과 ‘맘에 새겨진 공룡 발자국’ 등으로 나눠 출판됐다.
드라마와 시트콤은 물론 교양ㆍ정보 프로와 라디오 프로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방송물이 책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탤런트나, 방송 출연으로 명사가 된 종교인의 에세이가 잘 팔리던 1990년대 초반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관심이 TV 프로그램 그 자체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그 중심에는 최근 지상파 3사가 쏟아내고 있는 생활 밀착형 정보ㆍ오락 프로그램이 있다. 시청자의 입맛에 맞게 잘 가공된 정보성 방송 콘텐츠의 계속된 공급이, 기획성 출판물을 만들 수 있는 인력과 역량이 부족한 출판계에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실제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이나 ‘신화창조의 비밀’, 2TV ‘스펀지’ ‘비타민’,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등이 모두 책으로 만들어졌고 방송사에 출판사의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대장금 학습 효과’도 일조하고 있다. 만화부터 어린이 책, 소설과 시나리오까지 나온 ‘대장금’ 관련 출판물의 국내 판매량은 100만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일본 홍콩 중국 등에서도 한국 영상물의 출판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영상 소설의 경우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 각국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SBS 드라마를 소설화한 ‘러브스토리 in 하바드’는 1억원 가까운 돈에 일본으로 판권이 팔렸다.
‘그 남자 그 여자’ ‘스펀지’ ‘위대한 밥상’ 등이 잇따라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출판계는 방송 콘텐츠에 더욱 매료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세 출판사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방송물 출판에 중앙M&B, 황금가지, 현암사, 지식산업사 등 이름난 출판사가 뛰어든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번 보고 흘려버릴 수 있는 정보 프로그램을 활자 매체인 책으로 옮길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큰 매력이다. ‘위대한 밥상’을 편집한 현암사의 엄경임씨는 “저자가 TV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며 “영상과 출판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이나 시청률에만 100% 기댄 아류 작이나 졸속 출판물이 쏟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출판이 방송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 몇몇 출판사가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해 영상에 대한 이해 없이 급조된 책을 내놓는 점 등 영상 출판물에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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