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가 심상치 않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매클렐런 대변인이‘점점 더 싸우기 좋아하고 대결적인 자세로 변해가고 있다’는 불만이 백악관 기자실에 고조되고 있다.
대변인에 대한 출입기자들의 평가를 대략 간추리면 ‘질문의 핵심을 비껴가기 위해 질문한 기자를 공격한다’‘질문한 기자의 의도를 문제 삼음으로써 기자들을 화나게 만든다’‘반전주의자 등으로 몰면서 기자들의 성향을 낙인 찍는다’는 것 등이다.
매클렐런 대변인의 공격성은 최근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처, 이라크전,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CIA 비밀공작원 신분누설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나타난 증상이라고 한다.
카트리나 사태 때는 한 기자가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여부를 물었을 때 “당신은 지금 마녀사냥을 하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브라운 전 청장은 며칠 뒤 사실상 해임돼 매클렐런 대변인은 기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그가 한때 언론에서 ‘나이스 가이’라는 평 얘기를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가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판 ‘언론과의 긴장관계’가 미국은 물론, 부시 정권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한때 한국에서 벌어진 장면처럼, 내실 없이 혼란만을 증폭한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언론과 적당히 싸워 발을 묶어둬야 한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자세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부시 정권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뿐이다. 정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비판이라는 보약은 마다하고 오히려 충성심 경쟁에 나서는 것은 어디서나 꼴사납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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