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산지 쌀값이 지난해보다 가마(80㎏)당 2만원 이상 급락하면서 정부 부처간에 공공구매 물량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농림부는 구매물량을 당초 계획(400만석)보다 100만석 많은 500만석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부정적이다. 농림부는 17일 구매 물량을 500만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준비했으나, 부처간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아 이날 오전 브리핑 계획을 취소했다.
부처간 이견은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는 대신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면서 산지 쌀값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 추곡수매제는 정부가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쌀을 구매하는 제도인 반면 공공비축제는 정부 위탁을 받은 미곡종합처리장이 시가로 일정량을 구매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공공비축제 도입으로 쌀값이 떨어질 경우 하락 폭의 일정 비율을 농가에 직불금 형태로 보전하게 된다.
문제는 농림부가 당초 공공 비축용으로 400만석을 구매하면 쌀값 하락 폭이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하락 폭이 13%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16만6,260원이었으나, 이달 10일 현재 14만4,144원으로 2만원이상 하락했다.
농림부는 구매물량을 늘리지 않을 경우 쌀값이 폭락해 직불금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쌀값 하락을 5%로 예상해 내년 직불금 예산을 1조원 안팎으로 잡았으나, 하락 폭이 13%에 달하면 2,000억~3,000억원이 더 지출돼야 한다.
기획처 등은 “쌀값 하락이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예산의 추가 투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또 쌀값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려면 재배면적이 지금보다 20% 감소한 80만㏊까지 감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의 쌀값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관계자들은 ‘쌀값’이 갖는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부처간 갈등이 결국 농림부 뜻대로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부 측은 “이견이 있으나 결국 우리 뜻대로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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